지주 전환 앞둔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풋옵션 분쟁 재점화
||2026.02.27
||2026.02.27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간 풋옵션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교보생명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FI측 손을 들어주면서 신 회장 측의 협상 여건이 더욱 어려워 졌다. 신창재 회장과 잔류 FI들과의 법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교보생명 지주 인가 작업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3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가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풋옵션 관련 사건 항고심에서 1심을 뒤집고 항고를 일부 인용했다.
핵심은 지난 2024년 12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가 내린 판단의 효력을 국내 법원이 다시 인정했다는 점이다. 당시 ICC 중재판정부는 신창재 회장이 풋옵션 적정가격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하고 주식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 완료 시까지 하루 20만달러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신 회장은 중재판정부가 간접강제를 명할 권한이 없다며 그간 의무이행을 거부해왔다. 국내 1심 재판부도 ICC의 간접강제 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최근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서울고등법원 판단으로 ICC의 간접강제 명령 권한이 인정된 것이다. 신 회장 측이 앞으로 추가 이행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간접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법적 해석이 힘을 얻게 됐다.
다만 이번 판단이 간접강제금의 즉시 부과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부과 여부와 범위는 후속 중재판정 등을 거쳐 가려질 전망이다.
이번 분쟁은 2012년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계약에는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들이 보유 지분을 신 회장에게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담겼다. 이후 상장이 무산되자 FI들은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후 가격 산정 방식을 둘러싼 국제중재와 국내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분쟁이 해소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다. 신 회장 측이 일부 FI 지분 정리에 나서면서다. 지난해 3월 어피니티의 9.05% 지분이 SBI홀딩스 측에 넘어가면서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섰다. SBI홀딩스는 교보생명의 우호 세력으로 꼽힌다. 지주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정비에 속도를 냈지만, IMM PE와 EQT와의 분쟁은 마무리하지 못했다. 현재 IMM PE와 EQT는 각각 5.23%씩 총 10.46%의 지분을 보유한 채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쟁점은 가격이다. 잔류 FI들은 원금과 기회비용을 고려해 주당 30만원 이상의 회수 가격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신 회장 측은 해당 가격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IMM PE는 국민연금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하고 있어 낮은 가격에 합의할 경우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교보생명은 현재 비보험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SBI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등 지주사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와 주요 주주 간의 해묵은 법적 분쟁이 금융당국의 지주사 설립 인가 심사 시 지배구조 리스크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신 회장 측이 잔류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서울고법의 판결로 후속 중재판정과 간접강제금 부과 가능성이 커진 만큼, 법적 공방만으로 대응하기에는 경영상의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특히 교보생명에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도 협상론에 무게를 더한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위한 주식 현물출자에 대한 과세특례(세액 이연) 혜택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 기한을 넘길 경우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
IB 업계 관계자는 "지주 전환을 연내 성사시키려면 남은 FI들과의 협상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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