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집값·환율 우려 여전, 산업간 격차 확대로 양극화”
||2026.02.26
||2026.02.26
한국은행이 불안정한 집값과 환율을 이유로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이창용 총재가 IT 중심 성장에 따른 경제 양극화 심화를 경고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지만 비IT 부문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한은은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담은 ‘한국형 점도표’를 처음 공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내수 회복세와 IT 품목 수출 호조에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지만, 비IT 부문 성장률은 지난 전망과 동일하게 유지된 점을 보면 IT와 비IT 부문 간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속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성장의 양극화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조업이 올해 성장률(2%)에 0.7%포인트 정도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성장 기여도로 보면 내년에는 조금 낮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8%로 낮추는 요인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내년 성장률에 대한 IT 제조업의 기여도는 0.6%포인트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 총재는 또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IT 중심 성장과 주가 상승, 인공지능(AI) 기술 발전 등을 꼽았다.
그는 “IT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있고, 비(非) IT 성장률은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라며 “산업적인 간극이 굉장히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가 굉장히 올랐는데, 주식은 상위 소득자들이나 기관들이 소유하고 있어 소득별로 주가 상승에 따른 혜택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며 “AI 기술의 숙련도나 활용도에 따른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양극화를 우려하고 중장기 해결을 위한 구조조정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금리 정책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과 환율 안정을 두고는 추세적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부 대책 등의 영향으로 가격 오름세가 둔화했다”면서도 “부동산 대출을 통한 가계대출이 너무 늘어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준으로 가서는 안 되며, 가계대출과 부동산 담보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 대책과 관련해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 해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수요를 컨트롤하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함께 공급 정책, 세제, 보다 궁극적으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장기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환율이 최근 상당 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높아 안심하기 이르다”며 “외환시장 수급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의한 해외 투자 유출은 많이 줄었지만, 올해 1∼2월 개인들의 투자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해 작년 10∼11월과 거의 같은 비율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금리가 상승한 것과 관련해서는 “스프레드(기준금리와의 격차)가 과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3.2%까지 올랐는데,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0.6%포인트(p) 이상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에 발표한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더라도 금통위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저희 바람은 적어도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은 6개월 포워드 가이던스를 보고 시장에서 다소 조정이 이뤄지면 좋지 않겠나 한다”고 했다.
금통위원들이 미래 전망을 점으로 표시하는 ‘한국형 점도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총재는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며 “6개월 시계 전망을 놓고 점을 찍기 위해 금통위원들이 함께 논의한 뒤 개인별 의견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점을 찍는 방식인데, 이는 개별 금통위원 판단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점도표 작성 전 개별 위원들의 언급을 종합해 보면 2.25%로 금리를 낮춰 제시한 경우 우리 경제가 K자형 회복이기 때문에 부문 간 회복 속도 차가 커 아직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라며 “이는 6개월 이후 환율과 주택시장 등 금융안정 상황이 지금보다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로 2.75%로 상향 제시된 점 1개에 대해서는 향후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봤다. 다만 3개월 시계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금통위원은 없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3개월 조건부 전망 시스템이 이제 안정화됐고, 제가 마무리하고 나가는 것도 좋지 않겠나 했던 점이 분명히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임기는 오는 4월까지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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