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러시아서 텔레그램이 퇴출 위기에 놓인 이유
||2026.02.25
||2026.02.25
러시아가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에 대해 테러 지원 혐의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크렘린궁이 텔레그램 차단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 관영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두로프를 테러 지원 혐의로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도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보기관의 대(對)러 활동에 활용됐으며, 이 외에도 러시아 장성 암살 작전과 무장 세력 활동에 연계됐다는 것이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사에 FSB 조사 자료가 활용됐다”며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듯한 입장을 밝혔다. FSB나 수사 당국은 아직 공식 기소를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국가기관 자료가 보도된 것은 여론 형성 및 사법 조치의 사전 단계로 풀이될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페스코프 대변인은 텔레그램 차단 여부에 대한 직접적 답변은 피하면서도 “안보 당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텔레그램은 개인 간 암호화 메시지와 대규모 공개 채널 기능이 결합된 소통 앱으로, 지난 10년간 러시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살아남은 비(非)통제 플랫폼이다. 러시아 내 월간 이용자(MAU)는 1억명 이상으로 추산되며, 주지사와 시장, 정부 부처까지 정책 발표와 민원 접수, 라이브 방송 등에 앱을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군인들 또한 암호화 채팅 기능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번 수사는 러시아 당국과 두로프 간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개시됐다. 지난 10일부터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이 테러리스트 및 범죄자들의 이용을 충분히 막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서비스 기능을 일부 제한, 접속 속도를 낮추는 등 단계적 압박을 강화했는데, 이는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온라인 공간 통제를 확대해 온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는 전쟁 직후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차단, 지난해에는 유튜브 관련 단속을 강화하며 사용자들을 정부 승인 앱인 맥스(MAX)로 이동시키려는 노력을 이어 왔다.
특히 두로프가 반전(反戰) 지지 의사를 표하면서 러시아 정부는 두로프와 텔레그램에 집중적으로 철퇴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출생의 두로프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에 거주 중으로, 과거에는 러시아 당국과 일정 부분 협력하며 텔레그램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전 발발 이후 두로프는 암호화 키를 제공하라는 러시아 보안기관의 요구를 거부하는가 하면, 전쟁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가 급속히 악화된 바 있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텔레그램 죽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지난 주말 크렘린 인사들은 러시아 국영방송에 출연, 텔레그램 채팅 유출 경험을 밝히는 등 여론 정비 움직임에 돌입했다. 러시아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 로스콤나조르는 텔레그램이 외국 플랫폼 대상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텔레그램이 정보 삭제 의무 미이행 등 8가지 행정 위반으로 최대 6400만루블(약 12억원)의 벌금을 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텔레그램을 추방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극단주의 콘텐츠 문제를 이유로 텔레그램 차단을 시도했으나, 기술적 한계와 사용자 반발로 끝내 실패한 전력이 있다. 지난해부터는 음성통화 기능을 차단하는 등 부분적 규제를 이어 왔는데, 이번에는 규제 수위를 형사 수사로 대폭 끌어올린 만큼 앱 전면 차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정부의 의도대로 텔레그램 사용자들을 국영 앱 맥스로 이동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맥스가 강력한 암호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감시에 취약할 수 있다는 회의감이 팽배하고, 텔레그램 사용자들이 거센 반발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강경파로 분류되는 세르게이 미로노프 ‘정의 러시아당’ 대표는 이달 성명에서 “기관이 참전 용사와 그들 가족 간의 유일한 소통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며 “이들은 멍청이”라고 일갈했다. 러시아 드론 부대 지휘관인 플라톤 마마토프는 “텔레그램 제한 조치로 영상 등 정보 공유가 더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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