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없어”… 은마아파트 화재에 ‘노후 아파트’ 안전 우려
||2026.02.25
||2026.02.25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화재로 사상자 4명이 발생하면서 노후 아파트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축물의 화재 안전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는 화재 초기 진압의 핵심인 스프링클러 등의 설치 의무가 없는 ‘소방 안전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노후 아파트는 화재 안전 성능 보강 의무도 부여되지 않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되지 않고서는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5일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18분쯤 은마아파트 8층의 한 세대에서 불이나 집에 있던 10대 큰딸 1명이 숨졌다. 같은 집에 있던 30대 어머니와 작은딸은 얼굴에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마시는 등 다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화재 발생 1시간여 만인 오전 7시 36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현장에는 인력 143명과 장비 40여 대가 투입됐고, 아파트 주민 70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 노후 아파트 소방안전시설 설치 의무 예외
이번에 사고가 난 은마아파트는 1979년 완공된 노후 단지로,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법)상 스프링클러 등 화재 안전 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 은마아파트 사고에 앞서 13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로 70대 주민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 역시 1985년에 지어진 41년 된 노후 아파트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현재 소방법상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0㎡ 이상인 공동주택은 전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1992년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비 관련 조항이 의무화되기 이전에 지어진 노후 아파트는 이런 화재 안전 시설의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건축 허가 당시 법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소방법 강화 이전에 지어졌다면 이런 의무를 강제로 적용할 수 없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택 화재가 1만602건 발생했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주택에서 116명이 사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방법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부여되는 건물이 확대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전에 허가를 받아 지은 건물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 사고 이후인 2020년부터 민간 건축물의 화재 안전 성능 보강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공동주택은 대상이 아니다. 화재 안전 성능 보강 사업은 3층 이상 건물로 의료·노유자·청소년 수련원, 고시원·산후조리원 등 다중이용업소 가운데 가연성 외장재를 썼거나 스프링클러가 없는 건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4000만원 한도 내에서 3분의 1씩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물 소유주가 자부담하는 형태다.
◇ 기존 건물도 화재 안전 성능 보강 가능할까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기존에 지어진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화재 안전 보강 의무화를 적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다만 이미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에 추가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규제 소급 적용 여부 등 법리적 타당성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해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광명 필로티 공동주택 화재 이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동주택 화재에 따른 인명 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화재 안전성에 근본적 개선이 중요한 만큼 국민 안전의 공익적 차원에서 (화재 안전 보강) 의무 부여의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소유주, 관리자 등 개인의 신뢰 이익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노후 아파트의 화재 안전 성능 보강을 강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입주민 개인이 아닌 입주민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화재 안전을 위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실적으로 화재 안전 조치를 강제하기 어려운 만큼 재건축, 리모델링 등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번에 화재 사고가 난 은마아파트는 1990년대 말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안전 진단 문제와 조합원 갈등 등으로 계획이 계속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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