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넘어 전략 산업으로"…플랫폼진흥법 제정 논의 본격화
||2026.02.25
||2026.02.25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플랫폼 산업을 규제 대상이 아닌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를 위한 '플랫폼산업진흥법' 초안도 공개됐다.
국회 스타트업 연구단체 유니콘팜은 25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공동으로 'AI 시대, 플랫폼 정책의 대전환: 규제를 넘어 전략 산업으로'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플랫폼산업진흥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진단하고 산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현 22대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 19개 대부분이 규제 관점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요 국가들은 플랫폼을 국가 자산으로 인식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법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도 플랫폼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안은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연구진 8명이 1년간의 공동 연구를 거쳐 마련했다. 초안은 총 19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중소기업 특별 지원(제10조), 창업 활성화(제11조), 전문 인력 양성(제12조), 기술 혁신 지원(제13조), 국제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제14조), 자율 규제 근거(제18조), 이용자 보호와 분쟁 해결 절차(제17·19조) 등이 담겼다. 특히 데이터·인공지능(AI) 기본법 등 관련 법률과의 연계 조항(제5조)도 포함됐다.
최 교수는 진흥 법안이 필요한 근거로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 감소 추세를 들었다. 1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 사례가 2021년 약 17%에서 2023년 약 8%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스케일업 기회가 제한되고 결국 플랫폼 산업 전체가 정체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패널 토론에는 학계, 산업계, 정부 인사 6명이 참여했다. 좌장은 서희석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진흥의 대상이 플랫폼 기업 그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이 매개하는 생태계 전반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점 업체, 최종 소비자, 배달·부가 서비스 종사자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조성이 목표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자율 규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자율 규제의 동력이 꺾인다"며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시장 반응에 신뢰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안 내 인력 양성, 창업 지원, 기술 혁신 조항들이 파편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생태계 조성이라는 큰 틀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실효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 가량을 빅테크가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구글 유튜브 한 곳이 국내 트래픽의 약 30%를 차지하며, 네이버·카카오는 합쳐도 한 자릿수 비율에 그친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미국·중국·EU·일본이 각각 자국 플랫폼 산업 보호를 위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PC)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우리도 플랫폼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의 지배 구조 변경을 압박한 것을 노골적인 SPC 전략의 사례로 지목했다.
스타트업 대표 패널로 참석한 최희민 라포랩스 대표는 AI 시대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 데이터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글로벌 AI 모델은 점차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며 "결국 한국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누가 갖느냐가 관건인데, 이 데이터를 가장 잘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이 국내 플랫폼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과 중소기업의 관계에 대해서는 "초기 창업 플랫폼은 대기업 브랜드 입점이 어려워 소상공인, 중소 브랜드와 함께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플랫폼이 중소기업 탄압 주체라는 시각에 반론을 제기했다. 정산 자금 규제와 관련해서는 자율 규제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금융기관 선택과 운용 방식에서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한승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연구위원은 EU의 강력한 빅테크 규제가 오히려 유럽 경제 생태계 전반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며 "규제 강화만이 답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또한 AI 기술 확산으로 빅테크 중심의 기존 경쟁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고정된 지배 구조를 전제로 한 규제보다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진흥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안에 대해서는 "규제는 유연하게, 진흥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율 규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입점 업체 대표로 참석한 민상대 디지털상공인연합 회장은 플랫폼이 소상공인에게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사업장의 95% 이상이 10인 이하 소규모 업체인데, 플랫폼이 이들의 창업·성장 통로가 되고 있다"며 "플랫폼을 규제 대상이 아니라 진흥 대상으로 접근해야 소상공인의 성장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플랫폼이 네이버 같은 국내 서비스에 축적된 데이터를 소상공인이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며, 이런 데이터 활용 환경 자체가 AI 시대 소상공인의 기초 체력이라고 표현했다. 정산 주기 단축은 자율 규제가 아닌 규제로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부분만큼은 법으로 정해져야 소상공인의 현금 흐름이 개선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측에서 참석한 곽미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팀장은 과기정통부도 플랫폼을 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보고 있으며, 진흥이 규제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2022년부터 네이버·카카오·구글·배달의민족·당근 등 8개 플랫폼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자율 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율 규제 활성화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정부 입법을 발의한 바 있다. 다만 별도의 플랫폼 진흥 법안 필요성에 대해서는 "ICT 융합특별법 등 기존 법률과 중복되는 조항이 많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공정거래·독점 관련 규제법만으로는 플랫폼 산업 진흥을 포괄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별도 진흥 법안 논의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했다. 과기정통부는 자체적으로도 플랫폼 진흥 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장에 참석한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규제가 먼저 이뤄지고 진흥은 이후에 논의하자는 분위기가 국회에 있지만, 플랫폼이 이미 우리 삶에서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만큼 소비자 후생과 부작용 최소화를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AI 인프라 데이터 활용을 위해 수백 개의 법 개정안이 필요한 상황을 언급하며 여야 합의를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플랫폼 진흥법이 모두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만드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공개된 법안 초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계속 수정·보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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