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빚투로 떼돈 벌어놓고… 고객 줄 이자는 쥐꼬리
||2026.02.25
||2026.02.25
‘빚투(빚내서 투자)’로 3조원 넘게 번 증권사들이 정작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음에도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용료는 오히려 줄었다. 가뜩이나 1%대에 불과한 이용료율을 더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증권사 32곳의 신용공여이자 수익은 총 3조107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8626억원) 대비 8.6%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 전체 신용공여이자 수익이 3조원을 넘어선 건 사상 처음이다. 신용공여이자 수익이란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매매 자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받는 수입이다. 신용거래융자, 예탁증권담보대출 등으로 구성된다.
회사별(자기자본 3조원 이상)로 보면 키움증권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1년간 신용공여이자 수익을 3137억원에서 3715억원으로 18.4% 확대했다. 한국투자증권(2690억원)이 17.4%로 뒤를 이었고 그다음 NH투자증권(2894억원) 16.6%, 대신증권(1286억원) 11.7%, KB증권(2365억원) 6.9% 등의 순이었다. 단순 규모로는 미래에셋증권이 550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신용공여이자 수익이 급증한 건 증시 활황에 따라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수요가 커진 결과다. 신용거래융자는 작년 말 27조2864억원으로 전년 말(15조8170억원) 대비 72.5% 늘어났고, 이 기간 예탁증권담보대출도 19조4893억원에서 24조510억원으로 23.4% 커졌다. 신용거래융자·예탁증권담보대출 모두 연중 최대치를 경신했다. 대주(貸主)인 증권사로선 호재였다.
반면 고객 이자는 이와 달랐다. 지난해 증권사들이 투자자에게 지급한 예탁금 이용료는 7741억원으로 전년(7752억원) 대비 0.1% 감소했다. 작년 말 투자자예탁금이 87조8291억원까지 불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투자자예탁금이란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긴 대기성 자금으로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비슷하다.
예탁금 이용료가 줄어든 것은 일부 증권사들이 이용료율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투협에 따르면 작년 1분기 평균 1.2%였던 증권사 예탁금 이용료율은 4분기 평균 1.1%로 소폭 하락했다. 이용료율은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맡기고 거기서의 운용수익을 통해 산정되는데 금리 인하 여파로 한국증권금융 운용수익률이 내려가면서 증권사도 이용료율을 내린 것이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기준으로 유안타증권(예탁금 이용료 284억원)이 예탁금 이용료를 20.4% 내리며 감소 폭이 가장 컸고 하나증권(226억원) 19.1%, 교보증권(79억원) 18.0%, iM증권(48억원) 17.3%, 대신증권(197억원) 11.2% 등의 순으로 예탁금 이용료 감소율이 높았다.
차익은 고스란히 증권사 몫이 됐다. 작년 4분기 투자자예탁금 별도예치 운용수익률은 평균 2.7%로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1.1%)을 1.6%포인트 웃돌았다. 투자자예탁금이 1조원이었다면 270억원 벌어놓고 고객에겐 110억원만 줬다는 얘기다. KB증권·삼성증권·유안타증권·대신증권 등은 이 격차가 2%포인트가 넘었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이 기준금리를 한참 밑도는 점도 예탁금 이용료를 소폭 줄이는 데 한몫했다. 작년 4분기 기준 이용료율이 2%를 넘는 곳은 54개사 중 6개에 그쳤다. 작년 말 기준 예탁금 잔액 대비 예탁금 이용료는 0.9% 수준이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5%인 점을 감안하면 짠물 수준이다.
그에 반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평균 9.0%(기간 91~180일 기준)였고 예탁증권담보대출 평균 이자율도 8.4%(91~180일)로 높았다. 이렇다 보니 신용공여이자 수익은 잔액이 커지는 만큼 이자수익이 늘어나게 됐고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잔액 증가분만큼 늘어나지 못했다.
예탁금 이용료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율을 추가로 낮추면서다. NH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투자자예탁금 100만원 이하분에 대해 이용료율을 1.0%에서 0.8%로, 100만원 초과분에 대해 0.6%에서 0.4%로 내렸고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100만원 초과분에 대해 각각 1.05%에서 0.9%로, 0.75%에서 0.6%로 인하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로 1%밖에 안 주면서 8~9% 수준의 신용공여 이자율을 적용하는 건 증권사의 과도한 이익”이라며 “적어도 기준금리인 2.25% 정도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의경 대진대 경영학과 교수도 “한국증권금융 운용을 통해 받은 수익의 상당 부분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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