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 막으면 아파트 가격 떨어질까 [줌인IT]
||2026.02.24
||2026.02.24
정책은 종종 “수도꼭지만 잠그면 물길이 바뀐다”는 믿음 위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물길이란 게 한쪽을 막으면 다른 쪽으로 새기 마련이다.
과거 정부들이 전·월세 불안을 잡겠다며 임대사업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등록을 유도하며 세제·금융 혜택을 얹어준 것도 같은 논리였다. 그때는 ‘임대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자’였다. 지금은 ‘임대사업자 대출 연장 관행부터 끊자’로 급선회했다. 방향이 바뀌는 건 정책의 숙명이지만, 칼날처럼 한 번에 자르면 어디가 베일지부터 따져야 한다.
최근 대통령발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관행처럼 해오던 만기 연장·대환을 “신규 대출과 다를 게 없다”는 시각으로 다시 들여다보고, 연장 문턱을 크게 높이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단순하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조이면 레버리지로 버티던 이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그 매물이 공급을 늘려 집값을 눌러줄 것이란 기대다.
하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에 비춰보면, 이 계산이 곧바로 맞아떨어질지는 의문이다. 사람들이 지금 가장 사고 싶어하는 건 ‘다주택(빌라)’이 아니라 ‘아파트’다. 그런데 임대사업자가 쥐고 있는 물건의 상당수는 아파트보다 빌라·오피스텔·다가구 같은 비아파트에 몰려 있다. 서울 장기매입임대주택만 봐도 아파트 비중이 15%대에 그치고, 80%대는 비아파트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꽉 조였을 때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큰 물량이 ‘아파트 매물’이 아니라 ‘비아파트 임대물건’이라면, 아파트 가격을 직접 겨냥한 처방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임대사업의 돈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다. 임대사업은 본질적으로 제도권 대출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은행 돈이 부족하면 세입자의 보증금이라는 ‘민간 자금’이 레버리지를 메운다. 쉽게 말해 임대사업은 은행에서 빌린 돈과 세입자에게서 빌린 돈(보증금)이 함께 굴러가는 구조다.
여기서 은행 대출 연장까지 무 자르듯 막히면 급격한 유동성 압박이 보증금 반환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 대출이 막혀 매각이든 경매든 ‘처분’으로 향하는 순간, 가장 약한 고리는 대체로 임차인이다.
숫자도 가볍지 않다. 주요 시중 은행권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 잔액이 15조원대이고,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추정치가 나온다. 여기에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주담대 잔액도 30조원 중반대로 거론된다. 합치면 ‘연장 문턱’에 걸릴 수 있는 규모가 50조원 안팎이다.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더 불안한 건 2금융권이다. 상호금융 등은 잔액 집계조차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나온다. 현황이 모호한데 규제 강도만 먼저 세우면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될 수 있다.
당국이 들여다보는 카드로는 기존 대출 연장에도 LTV(담보인정비율) 0% 수준의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거나 RTI(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를 연장 시점에 다시 산정해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 거론된다.
RTI는 임대소득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데 규제지역은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 기준이 적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규제지역에서 연 이자 1000만원이면 임대소득이 1500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특혜를 끊고 투기 수요를 눌러야 한다’는 정책 의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효과의 타깃과 파장의 방향이다.
다주택 규제를 강화해도 아파트 가격이 반드시 내려간다는 보장은 없다. 문제가 되는 서울·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값이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단정도 어렵다.
오히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부터 흔들려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로 돌리는 흐름이 빨라질 수 있고 은행 문이 닫히면 더 비싼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집값은 아파트에서, 충격은 빌라에서, 부담은 세입자에게서 터지는 구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임대사업자 규제는 가계대출 규제와 달리 더 섬세해야 한다. ‘연장은 신규와 같다’는 명제로 과거 대출을 한꺼번에 신규 취급처럼 다루면 혼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만기가 집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괄 차단’보다 ‘단계적 감축’이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임차인 보호장치를 먼저 세워야 한다. 대출 연장이 막혀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 보증금 반환이 지연될 수 있고, 이 리스크는 제도권이 아닌 가계가 떠안는다.
결국 질문은 돌아온다. 임대사업자를 막으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까. 시장이 원하는 공급이 아파트라면 ‘매물을 늘린다’는 말은 ‘어떤 매물’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숫자만 많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가 몰린 곳의 공급이다.
임대사업자 대출을 조이는 정책이 아파트 수급 문제를 얼마나 건드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전·월세 시장과 세입자 안전망이 어떻게 흔들릴지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정책은 날카롭고 손끝은 더 정교해야 한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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