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창영 세종 변호사 “기업 형사 리스크, 수사 초기 대응이 승패 가른다”
||2026.02.23
||2026.02.23
더 이상 기업 형사 사건은 변호사 한 명이 맡아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기업형사재판팀 팀장 최창영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는 지난 11일 인터뷰에서 최근 기업 형사 사건의 추세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기업 형사 사건이 임직원 개인의 횡령·배임 등 개인 재산범죄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자본시장·조세 및 금융·지식재산권·공정거래·중대재해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사건이 대형화·전문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이 지난 5일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형사재판팀‘을 출범시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최 변호사는 기업 형사 사건이 단순 형사 처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형사 처벌뿐 아니라 과징금과 행정제재로 이어질 수 있고, 해외 사업과 기업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수사 단계부터 재판을 전제로 여러 분야 전문가가 동시에 투입돼야 제대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충분한 자문 없이 내부 문건을 삭제하거나 관계자와 접촉할 경우 자칫 증거 인멸 의혹을 받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급한 마음에 상황을 정리한다며 작성한 메모나 보고서도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며 “사건 초기부터 전문가 자문을 받아 대응하고, 문서 작성과 관리도 그 기준에 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형사 재판과 기업 소송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법조인으로 꼽힌다.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1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며 민사·형사·행정 사건을 두루 맡았다. 대전고법 부장판사로 민사·행정 항소심을 담당했고, 대전지법 수석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 울산지법 및 포항지원 영장전담판사 등을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기업 관련 형사 사건을 다수 수행했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사건에서 무죄 판단이 내려지는 과정에 관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기업형사재판팀에는 어떤 전문가들이 속해 있나.
“현재 약 50명 규모다. 형사 재판 전문 변호사뿐 아니라 금융·공정거래·조세·지식재산권(IP)·노동 분야 전문가를 결합했다. 공정거래 분야 최한순·권순열 변호사, 조세 분야 대법원 조세조 총괄연구관 출신 도훈태 변호사, IP 분야 윤주탁 변호사, 노동 분야 조찬영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형사심의관과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김세종 변호사와 가상자산·금융 분야 하태헌·서영호 변호사도 합류했다.”
―다른 로펌과 비교했을 때 세종만의 차별점은.
“형사 재판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는 어느 로펌에나 있다. 그러나 기업 형사 사건은 공정거래나 조세 같은 특수 분야 지식이 함께 요구돼 형사 전문가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우리는 각 분야 전문가와 형사 재판 전문가가 상시 협업하는 체계를 갖췄다.”
―형사 사건에 대비해 기업은 평소 어떤 준비를 해둬야 하나.
“핵심은 두 가지다. 일상 업무 단계부터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마련하고, 그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회사는 허용 행위와 금지 행위를 명확히 정하고 담당자가 반복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규정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감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말단 직원의 판단 하나가 공정거래 위반으로 이어져 과징금이나 기업 신인도, 해외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공정거래나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평소 규정 준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며, 안전 관리와 내부 점검 기록이 양형 참작 사유가 되기도 한다.”
―어려웠던 사건을 뒤집은 경험이 있나.
“최근 한 대형 기업 인수 사건에서 재무적 투자자 측을 대리해 무죄 판결을 이끌었다. 의뢰인이 구속 기소돼 여론도 좋지 않아 초반부터 불리했다. 기록상으로는 수사기관 주장 구조가 맞는 것처럼 보였지만 접견과 반복 인터뷰를 통해 다른 진술을 확인했다. 특히 실제로 약 1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점이 핵심 단서였다. 사기 목적이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후 자금 흐름과 의사 결정 과정을 재구성하고 객관 자료를 확보해 약 3년에 걸쳐 60여 차례 재판과 50명가량의 증인신문을 진행했고,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가 예정돼 있다. 기업 형사 사건에는 어떤 영향이 예상되나.
“기업 입장에서는 절차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대범죄수사청·경찰·공소청 간 역할이 아직 명확하지 않아 같은 사건을 여러 기관이 동시에 들여다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동일 내용을 반복 설명해야 하고 대응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 제도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절차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안착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어 기업의 형사 리스크 관리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사법 제도 개편에 따른 혼란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기업 형사 대응은 어떤 방향으로 준비돼야 한다고 보나.
“과거 형사소송법 개정 실무를 맡았을 때도 시행 초기에는 혼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절차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이번 제도도 마찬가지로 수사기관과 법원, 변호사가 현실에 맞게 적응할 것이다. 지나친 불안보다는 변화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기업형사재판팀’이라는 이름 역시 다양한 경험의 전문가를 하나로 묶어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형사 전문가와 각 분야 전문 인력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팀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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