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인공지능의 탄생 ‘에이전틱 AI’ [새책]
||2026.02.22
||2026.02.22
AI 에이전틱
행동하는 인공지능의 탄생
파스칼 보넷 외 7인 지음 | 정미진 옮김 | 김재필 감수 | 한스미디어 | 756쪽
“경쟁사가 여러분 회사의 5분의 1규모로 회사 전체를 운영한다고 막 발표했는데, 성장 속도는 여러분의 회사보다 두 배나 빠르다. 비결이 뭘까? 그들은 고객 서비스부터 운영까지 모든 업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여러분의 팀이 몇 주씩 걸려 하는 일을 단 몇 시간 만에 해낸다. 믿기지 않는가? 이런 일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기업 현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 도입 사례는 빠르게 늘었지만 생산성 향상 체감은 제한적이고, 파일럿 프로젝트는 쏟아지지만 전사적 확산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AI가 이렇게 발전했는데 왜 업무 부담은 줄지 않았을까.” 새책 'AI 에이전틱’은 이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저자들은 에이전트(agent)의 어원을 라틴어 ‘agere(행동하다)’에서 찾으며, 에이전틱 AI의 본질을 ‘목표를 향해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능력’으로 규정한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거나 텍스트를 생성하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에이전틱 AI는 목표를 이해하고 주도권을 유지하며, 실제 피드백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AI 에이전트란 AI와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행동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중요한 차별점은 ‘이해’가 아니라 ‘실행’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수준을 넘어, 계획·추론·행동의 과정을 반복하며 목표 달성까지 접근 방식을 개선해 나가는 구조다. 저자들은 이를 “매우 유능한 디지털 비서”에 비유하면서도, 성공 여부는 결국 인간이 제공하는 목표 설정과 지침의 정확성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특징은 에이전틱 AI를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난 10여 년간 발전해온 자동화 기술의 연장선에서 해석한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데이터 처리 자동화, 조건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등으로 축적된 기반 위에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결합되면서, 비로소 ‘행동하는 AI’가 현실화됐다는 시각이다. 생성형 AI가 촉매 역할을 했지만, 실제 구현 가능성을 뒷받침한 것은 기존 자동화 역량이라는 설명이다.
기업 관점에서는 많은 조직이 AI 실험 단계에서 정체되는 이유를 모델 성능이나 알고리즘 문제가 아니라, 프로세스 설계와 통제 구조의 부재에서 찾는다. AI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AI가 작동할 업무 환경과 역할 정의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 운영 방식 자체의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주 저자인 파스칼 보넷을 포함한 저자진의 이력 역시 책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학술 연구 중심이라기보다 글로벌 기업 자동화 프로젝트와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무적 접근이 두드러진다. 이 책은 미래 전망이나 개념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조직 적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대응 전략을 한껏 담아냈다.
후반부에서 제시되는 ‘에이전트 기반 비즈니스’와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 상호작용’에 대한 전망도 주목할 만하다. 소프트웨어와 AI가 인간 개입 없이 협력하고 조정하는 운영 구조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이는 향후 기업 시스템 설계와 경쟁 구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AI 에이전틱’은 AI를 단순 도구가 아닌 ‘행동 주체’로 재정의하는 흐름 속에서 기술과 조직의 접점을 차분히 짚어낸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