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기 총력전에 임대 사업자 옥죄기… 시장선 부작용 우려
||2026.02.22
||2026.02.22
정부가 집값 안정에 방점을 찍고 대출 규제를 한층 조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 관행이 정조준됐다. 신규 대출만 막는 방식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 아래, 만기 때마다 사실상 자동으로 이어지던 연장·대환(갈아타기) 대출을 신규와 같은 잣대로 다시 심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선 다주택 보유 임대사업자에게 레버리지(대출) 축을 더 좁히면 매물 출회를 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반면, 비(非)아파트 임대시장에 충격이 번지면서 전·월세 가격을 자극하거나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전 금융권은 임대사업자 대출의 상환 방식과 만기 연장 절차를 점검하고, 관행적으로 반복되던 연장 구조를 어떻게 손볼지 논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전 금융권 기업여신(기업대출) 담당 임원들을 불러 이 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당국이 겨냥한 핵심은 임대사업자 대출의 만기 구조다. 개인 주담대가 30~40년 분할상환으로 ‘만기 연장’ 이슈가 상대적으로 작다면, 임대사업자 대출은 통상 3~5년 만기로 실행된 뒤 1년 단위로 연장을 반복하는 형태가 많다. 이 과정에서 RTI를 “형식적으로만 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연장 심사에서도 신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 카드로 떠올랐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이 대통령은 설 연휴 직전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 계정에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가 주거용 아닌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일 다시 엑스(X)를 통해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황과 확실한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해당 내용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만기 이후 이뤄지는 연장·대환을 “본질적으로 신규 대출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했다.
“왜 RTI 규제만 검토하느냐”, “연장·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 때의 규제와 같아야 공평하지 않겠느냐”는 언급까지 더하며 RTI(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뿐 아니라 규제 수단 전반을 넓혀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충격이 크면 1년 내 50%, 2년 내 100%처럼 점진적으로 해소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속도 조절’ 가능성도 함께 시사했다.
RTI는 임대사업자의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다. 임대 수입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가깝다. 현재는 신규 대출에 한해 규제지역 1.5배, 비규제지역 1.25배 기준이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규제지역에서 연간 이자비용이 1000만원이라면 임대소득이 최소 1500만원은 돼야 ‘RTI 1.5배’ 문턱을 넘는다. 문제는 공실이 길어지거나, 다주택·빌라 중심 임대업자처럼 임대료가 안정적으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다. 연장 심사에서 RTI가 신규와 같은 방식으로 엄격히 재적용되면, 그동안 연장으로 버텨 온 차주들 가운데 일부는 연장이 막히고 상환 압박에 몰릴 수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1차 효과는 매물 유도다. 대출이 만기 때마다 자동 연장되는 듯한 구조가 끊기면 버티던 다주택 임대사업자가 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시장에 매물을 늘려 가격을 누르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현장에선 ‘어느 시장을 건드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논의가 아파트 규제의 연장이라기보다 비아파트(빌라·오피스텔·다가구 등) 임대시장에 더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통령이 문제 삼은 ‘다주택 특혜’를 없애는 방향이지만 임대사업자 대출을 쓰는 차주 다수가 비아파트·다주택 보유자일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자산은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게 시장의 통상적 평가다. 집값 안정 정책이 비아파트 임대시장 압박과 같은 방향으로 작동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부작용 시나리오로는 상환 압박이 커질수록 임대료 인상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비용이 세입자에게 이전되거나, 연장이 막힌 차주가 경매·급매로 내몰릴 경우 보증금 반환이 지연되거나 차질이 생겨 임차인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금융당국이 세입자 보호를 함께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는 배경도 이런 우려와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장에선 임대사업자 상당수가 빌라·다주택 보유자이고, 이들을 옥죄는 방식이 과연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에 얼마나 직결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빌라) 시장과 아파트 시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전세사기 등으로 위축된 비아파트 임대시장보다 수요가 집중된 아파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이 우선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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