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모·현대차·바이두… 美서 자율주행 패권전
||2026.02.21
||2026.02.21
미국 자율주행 시장이 기술 실증 단계를 넘어 본격 상용화 국면에 진입하면서 주도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간 미국 기업 중심으로 형성됐던 구도에 한국 완성차와 중국 전기차 업체까지 가세하며 3파전 양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경쟁의 초점도 ‘기술 시연’에서 ‘누가 더 빨리 상용화해 수익을 내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보택시 서비스가 실제 도시 도로에서 확대되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고가 센서와 복잡한 하드웨어로 성능을 과시하던 단계에서 벗어나, 센서 수를 줄이고 시스템을 단순화해 원가를 낮추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이다. 상용화 초기 시장에서는 기술 완성도보다 운영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미국 로보택시 시장은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Waymo)가 선도하고 있다. 웨이모는 최근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개하며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이번 세대의 핵심은 원가 절감과 양산 적합성이다. 카메라 센서는 5세대 29개에서 13개로 절반 이상 줄였고, 해상도는 500만 화소에서 1700만 화소로 높였다. 레이다 역시 5개에서 4개로 축소했지만 고도화된 머신러닝을 적용해 폭우·폭설 환경에서도 500미터(m) 이상을 인식하도록 설계했다.
웨이모는 2024년 1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에 해당 시스템을 통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025년 말 도로 주행 시험에 나설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인 양산 및 시험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일한 6세대 시스템을 적용한 지커(Zeekr) 전기밴 ‘오자이’가 최근 배치되면서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 투입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랫폼을 외부 OEM 차량으로 확대하는 전략은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 경쟁은 더 이상 기술 시연의 문제가 아니라 상용화 속도의 문제”라며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강점이고, 제조 원가 경쟁력은 중국, 생산 유연성과 플랫폼 전략은 한국이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중국 역시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바이두(Baidu)는 ‘아폴로 고(Apollo Go)’ 서비스를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상용 운행 형태로 확대하고 있다. 지커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양산 체계를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시도 중이다. 다만 미·중 기술 갈등과 미국 내 정치적 변수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 본격 진출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경쟁 구도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플랫폼 공급+서비스 사업’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웨이모향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양산을 준비하는 동시에 자율주행 자회사 모셔널(Motional)을 통해 미국 내 독자 로보택시 서비스 확대도 추진 중이다. 라스베이거스를 시작으로 피츠버그, 보스턴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단순 차량 납품을 넘어 자율주행 생태계 내에서 플랫폼 공급자와 서비스 사업자 지위를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로보택시 제조 거점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될 전망이다. 혼류 생산 체계를 통해 사업자별 센서 구성과 사양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만큼 정책 변화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 자율주행 시장이 기술·양산·원가·정책 환경이 결합된 종합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화 초기 단계에서 표준을 선점하는 기업이 시장 질서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을 무대로 한 한·미·중 3파전의 결과가 글로벌 자율주행 주도권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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