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만 팔던 시대 끝났다...반도체 업계 ‘테스트칩’ 경쟁 가속
||2026.02.20
||2026.02.20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반도체 장비사들이 '테스트칩'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장비를 납품하면 끝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초미세 공정 시대에는 장비사가 직접 웨이퍼를 구워 성능을 증명해야 수주가 가능해졌다. 양산 라인의 기회비용이 급증하면서 파운드리와 메모리 업체들이 자사 설비에서의 테스트를 꺼리면서 성능 증명까지 필요해지자 테스트 단계가 강화되고 있다.
반도체 밸류체인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칩 제조사가 장비사에 스펙을 제시하면, 장비사는 이에 맞춰 장비를 개발해 납품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첨단 증착·식각 장비가 투입되는 양산 라인을 멈추고 신규 장비나 소재를 테스트하기엔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웨이퍼 로스, 라인 가동률 하락 등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워진 칩 제조사들은 장비사에 검증된 솔루션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테스트칩 전담조직과 R&D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마이클 추지크 AMAT 반도체 기술 총괄 부사장은 12일 열린 미디어브리핑에서 테스트칩 중요성에 대해 "우리는 테스트칩 설계 전담 인력을 갖추고 있다"며 "고객 제품과 동일한 치수의 테스트칩을 만들어 새로운 공정을 개발할 때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스트칩 단계에서 검증이 완료돼야 고객사에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AMAT는 미국 뉴욕주에 'META 센터'를 구축하고 EUV 노광 장비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했다. 추지크 부사장은 "META 센터 덕분에 최신 EUV 리소그래피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실제 양산 환경과 유사한 테스트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AMAT는 이외에도 실리콘밸리의 EPIC 센터와 한국 연구소 등 글로벌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장비사가 EUV급 테스트 환경을 자체 구축하는 것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다.
파운드리 업체들도 장비사와의 테스트칩 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나노 2세대 공정을 올해 하반기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주요 고객사들과 제품 설계를 위한 PPA 평가 및 테스트칩 협업을 병행하고 있다"며 "양산 전 단계에서의 기술 검증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가 고객사뿐 아니라 장비사와도 테스트칩 단계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장비사 "테스트칩은 고객사에 채택받기 위한 수단"
테스트칩 중요성이 커지는 배경에는 3D 구조의 복잡성이 있다. 3D 낸드는 현재 300단 이상 적층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000단까지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적층이 깊어질수록 좁고 깊은 홀(고종횡비 구조)에 박막을 균일하게 증착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된다. 문제는 이 균일성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기존 방식은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활용한 단면 분석이다. 웨이퍼에서 극히 작은 샘플을 이온 밀링으로 잘라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방식인데, 나노미터 단위의 정밀도가 요구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업계에 따르면 이 방식으로는 하루에 7개 안팎의 샘플만 분석할 수 있다.
반면 전용 테스트칩을 활용하면 분석 시간이 3분 수준으로 단축돼 하루 수백 개 샘플 측정이 가능해진다. 양산 램프업 단계에서 공정 튜닝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수율 개선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
장비사들이 테스트칩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고객 채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초미세 공정이 확대될수록 테스트 인프라 경쟁은 심화될 전망이다. 2나노 이하에서는 양산 라인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칩 제조사들은 장비사에 사전 검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장비사 입장에서도 자체 테스트 인프라 없이는 수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어 EUV급 테스트 역량 확보가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추지크 부사장은 이에 대해 "테스트칩 단계 이후에는 고객사 팹에서 학습용 장비를 가동하거나 데모를 진행한다"며 "궁극적 목표는 고객 웨이퍼에서 작동하는 것이고, 그래야 장비가 채택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과 지표는 장비 채택이고, 테스트칩은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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