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시장 ‘급제동’… 현대차 투트랙 전략 부상
||2026.02.20
||2026.02.20
미국 전기차 시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보조금 축소와 환경 규제 완화 등 정책 기조 변화가 수요를 흔들며 10년 만의 역성장으로 이어졌다. 공격적 전환 전략을 펼쳐온 완성차 업체들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전기차 산업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서 ‘속도 조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흐름 속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유연한 전략의 실효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지원하던 세액공제는 2025년 9월 말 종료됐고, 지난 2월 12일(현지시각)에는 화석연료에 대한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 종료 방침도 공식화됐다. 전기차 확산을 뒷받침해 온 재정·규제 축이 동시에 약화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국 완성차 업체들의 전환 속도를 감안해 내연기관 산업에 다시 무게를 두려는 정책 판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책 전환은 곧 시장 위축으로 이어졌다. 보조금 종료를 앞둔 2025년 3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는 36만5830대로 일시 급증했지만, 4분기에는 23만4171대로 급감했다. 정책 변수에 따라 수요가 크게 출렁인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감소세가 확인됐다. 현지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전기차 판매는 127만5714대로 전년(130만1441대) 대비 약 2% 줄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역성장한 것은 최근 10년 만에 처음이다.
수요 둔화는 곧 실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전기차 성장세를 전제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업체들일수록 타격이 컸다. 지난 1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부문에서 단행한 자산 상각 규모는 총 65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미국 ‘빅3’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의 손실 부담이 컸다.
지프가 속한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모델 출시 취소, 생산 계획 축소, 공급업체 보상 비용 등을 반영해 약 259억달러(약 37조5601억원)를 손실 처리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다에 설립한 ‘넥스트스타 에너지’에서 철수를 결정했으며, 삼성SDI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에서도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역시 전기차 전담 부문 ‘모델e’의 영업손실 폭이 커지면서 2025년 82억달러(약 11조888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GM도 배터리 구매 계약 파기 위약금 등을 포함해 76억달러(약 11조184억원) 규모의 일회성 비용을 반영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집행한 투자가 수요 둔화와 맞물리며 부담으로 돌아온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시장은 정책과 보조금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정책 기조 변화가 곧바로 수요 위축으로 이어졌다”며 “공격적으로 투자한 기업일수록 조정 국면에서 재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차 선도 기업 테슬라도 전략 수정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플래그십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를 조만간 단종할 예정”이라며 “해당 생산 라인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제조 시설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요가 제한적인 고가 모델 대신 보급형 중심으로 무게를 옮기고, 제조 기반을 활용한 신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일변도 대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HEV)를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친환경차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체계도 유연화했다.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지만, 전기차 수요 정체와 정책 변수에 대응해 하이브리드까지 생산 가능한 혼류 체제로 전환했다. 단일 파워트레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현대차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판매량은 2024년 20만4115대로 처음 2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2025년 25만9419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26.4%까지 확대됐다. 특히 하이브리드가 누적 75만9359대로 전체 친환경차 판매의 75%를 차지하며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전략이 불확실성 국면에서 유효한 대응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정책 후퇴로 단기 수요는 위축될 수 있지만 하이브리드 수요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전동화 전환의 속도는 조정되더라도 방향성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