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피 시대 불구 나홀로 역성장 하나증권… 그룹 골칫거리 되나
||2026.02.19
||2026.02.19
5천피 시대를 맞아 지난해 대부분 증권사가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하나증권만 웃지 못했다. 거의 유일하게 실적 뒷걸음질하며 순이익 규모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부동산이 화근이었다.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이 이익을 까먹었다. 문제는 이 손실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기업금융(IB) 등 다른 사업으로도 메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증권 연결 순이익은 2060억원으로 전년(2240억원) 대비 8.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이익이 줄었다. 심지어 신생 증권사인 토스증권(3339억원)에 순이익을 따라 잡히는 굴욕을 당했다.
그룹 내에서의 비중도 미미했다. 하나금융지주 순이익 중 하나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5.1%에 불과했다. KB금융지주 내 KB증권 비중이 11.7%, 신한금융지주 내 신한투자증권 비중 7.5%와 비교해도 차이가 났다. 하나카드(2177억원) 대비 순이익이 약 50억원(지배주주순이익 기준) 뒤지며 계열사 2위 자리를 내줬다.
부진한 실적은 매매평가익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결과다. 하나금융이 발표한 ‘2025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증권 매매평가익은 3664억원 손실로 1년 전(-784억원)보다 5배 이상 적자가 늘었다. 특히 4분기 매매평가익 손실만 1987억원에 달했다. 매매평가익이란 증권사가 보유한 금융상품을 거래해 확정한 손익(실현손익)과 결산 시 공정가치로 재평가해 발생한 손익(미실현손익)을 합산해 나타낸 손익을 뜻한다.
하나금융은 자회사의 주요경영사항‘ 공시에서 하나증권 실적 변동과 관련해 ‘투자자산 공정가치 평가 변동 손익 반영’이라고만 설명했다. 해답은 지난달 30일 열린 하나금융 컨퍼런스콜에서 나왔다. 매매평가익 손실이 커진 배경엔 해외 대체투자 등 부동산에 있었다.
김동식 하나증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증권 실적에 관한 질문에 “해외 대체자산 관련 손실이 연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잡는 상황이라서 그 부분이 브로커리지 수익이 넘어간 것보다 조금 더 늘어나는 관계로 4분기 수익이 전분기 대비해서 조금 감소했다”고 답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도 “증권 부문은 4분기 대체자산에 대한 평가 손실을 많이 인식했다”며 “자산 자체가 만기가 돼서 어떻게 리밸런싱 될지 확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익스포저 중 해외부동산 비중 49%
하나증권이 보유한 해외 대체투자의 손실 위험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하나증권의 부동산금융 익스포저(4조9000억원)는 자기자본(6조1058억원)의 약 81%로 대형사 평균치(약 59%)를 크게 웃돌았고 이 중 해외 부동산금융 비중이 약 49%를 차지했다. 2023년 해외 오피스 가치 하락 등으로 대규모 손상이 발생한 후 신규 영업보단 회수에 중점을 두며 개선하려 했으나 기존 투자자산에 대한 회수가 더딘 편이란 분석이다.
여윤기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부동산 PF, 해외 대체투자자산 등을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존재한다”며 “대손 및 평가손실 인식 등을 통해 손실이 일부 인식된 점은 긍정적이나 매각 등 최종적인 정리는 지연됨에 따라 향후 추가적인 대손인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꽤나 복합적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자기자본투자(PI)성 집합투자증권·기업여신·우발채무 합계액은 9조2483억원으로 자기자본의 151.2%다. 이 중 해외자산은 49.6%로 절반에 달했다. 해외자산은 부동산 및 SOC 위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도 중·후순위 비중이 49.5%로 높았다.
최성신 한기평 선임연구원은 “해외자산 투자의 경우 물리적 거리와 법률리스크 등으로 사후관리가 어려운데 2023년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와 오피스 임대수요 감소 등으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손실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수탁수수료 점유율 2%대
문제는 주식시장 호황에도 불구, 손실을 다른 사업으로 만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수수료이익 4440억원을 벌었는데 이는 키움증권(1조227억원), 신한투자증권(9141억원) 등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하나증권과 비슷하게 2022년 4123억원이었던 순이익이 이듬해 1008억원으로 급감하는 위기를 겪었으나 이후 브로커리지·IB 등의 강화에 힘썼고 지난해 3816억원을 기록하며 전성기 시절 규모를 거의 회복했다.
브로커지리 부문에서 하나증권 존재감은 미약하다. 작년 9월 말 기준 하나증권 수탁수수료 수익(1586억원) 점유율은 2.7%다. 9월 말 기준으로 2021년(3.2%), 2022년(3.1%), 2023년(3.0%), 2024년(2.9%) 매년 하락세다. IB 부문에서도 지난해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 주관·인수를 1개도 확보하지 못하는 부진을 겪었다. 물론 채권 인수금액으로 13조2505억원(연합인포맥스 기준)을 확보했으나 순위는 7위에 그쳤다.
하나증권 실적 부진은 그룹 전체 문제이기도 하다. 하나금융의 은행 비중은 93.2%로 KB금융(65.5%)·신한금융(74.3%) 등에 비해 현저히 높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순이익 비중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불황기를 맞은 카드업계와 달리 증권업계는 호황기를 맞았다. 하나증권 역할에 따라 그룹 미래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발행어음 및 토큰증권(STO) 등 신규 사업 본격화해 성장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사업을 신규 비즈니스로 장착했고 IB 조직도 새로 구성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그동안 손익으로 반영했던 해외 대체자산 부분도 올해 거의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해 앞으로는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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