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막는다더니… ISA 내 ‘해외 ETF’는 비과세 혜택
||2026.02.18
||2026.02.18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내 해외주식 상장지수펀드(ETF) 평가금액이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편입 비중도 국내주식을 제치고 예금에 이어 2위로 올라갔다. ISA 특성상 해외 ETF에도 비과세 혜택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환율방어를 위해 해외주식 투자를 막겠다더니 오히려 방조한 셈이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ISA(신탁·일임·투자중개) 내 국내 상장 해외 ETF 평가금액은 12조757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 5조8140억원 대비 119.4% 늘어난 규모다. 이 기간 S&P500 등 미국 주가지수가 국내 증시보다 부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유입이 평가금액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ISA 평가금액은 자금 유입과 보유자산 가격상승 등을 고려해 산출한다.
해외 ETF의 평가금액 증가액이 크게 압도하면서 ISA 편입 자산 중 해외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에서 23.4%로 올라갔다. 예적금(비중 3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2위였던 주식(22.5%)은 3위로 내려갔다.
국내 주식 및 ETF도 평가금액이 증가하긴 했다. 주식 평가금액은 6조527억원에서 12조2733억원으로 102.8%, 국내 ETF는 1조5661억원에서 4조9913억원으로 218.7% 늘어났다. 코스피가 지난해 75.6% 급등한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ISA란 예금·적금·펀드·ETF·주식(한국)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운용하며 세율 혜택을 주는 ‘만능 절세 통장’이다. 3년 이상 유지하면 해지할 때 수익에 대해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을 비과세 처리하고 초과분에 대해선 9.9% 분리과세한다. ISA 가입자 수는 작년 말 765만명을 돌파했다. 2024년 말 599만명에서 150만명 이상 늘어났다.
많은 ISA 가입자들이 ISA에 해외 ETF를 담은 것은 매매차익에 비과세를 적용하는 혜택 때문이다. 일반 계좌에서 해외 ETF를 매도하면 매매차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ISA 계좌에선 3년 유지 시 200만원까지 비과세다. 초과분도 9.9%로 비교적 낮다.
문제는 ISA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이 해외투자를 사실상 독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 및 국내 ETF의 경우 일반 계좌에서도 비과세라서 배당금 외엔 추가 절세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4년 10월 발간한 ‘한국과 일본의 ISA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2024년 1월 일본의 ISA인 NISA(개인저축계좌)를 개정한 이후 NISA로 유입된 자금 상당 부분은 해외펀드 및 해외 ETF였다. 2024년 1~6월 유입된 7조9000억엔 중 투자신탁으로 3조9000억엔(59.0%) 흘러 들어갔다. 투자신탁 대부분은 해외투자형 상품으로 알려졌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일본 정부는 모두 자국 자본시장으로의 수요 확대 수단으로 ISA를 활용하기 위해 세제지원 혜택을 늘렸지만 기대와 달리 절세계좌를 통한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손실 우려도 크다. 예·적금으로 묶인 금융 계좌로 자본시장으로 돌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긍정적이긴 하나 매매차익 비과세를 미끼로 무리하게 해외주식에 투자하도록 조장할 가능성도 크다. 연초 이후 12일까지 나스닥지수는 2.8%, S&P500지수는 0.2% 하락했다.
올해 분위기가 바뀔지 주목된다. 정부가 국내시장에만 투자가 가능한 ‘생산적 금융 ISA’ 출시를 예고하면서다.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투자 대상을 국내 주식·펀드,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로 제한하고 기존 ISA보다 세제 혜택을 크게 늘릴 예정이다.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 따르면 생산적 금융 ISA는 국민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국민성장 ISA’와 총급여 7500만원 이하 청년(만 19∼34세)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로 두 가지 구성된다. 이 중 청년형 ISA는 이자·배당소득 과세 특례와 납입금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산적 금융 ISA가 도입되면 국내 주식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책 효과를 보려면 증권거래세도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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