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판결 여파… 정률 로열티 전환론 부상
||2026.02.18
||2026.02.18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 판결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에 유사 분쟁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액가맹금 중심 모델이 본사와 가맹점주간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등 해외 선진국과 같은 매출 연동형 정률 로열티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역시 제도 개선 논의에 착수하면서 이번 판결이 프랜차이즈 산업의 계약·수익 구조를 재편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썸·BBQ·버거킹·메가MGC 등 줄소송… 정보 비대칭이 원인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한국피자헛 판결 이후 프랜차이즈업계를 둘러싼 소송 일정이 3월을 기점으로 잇따라 예정돼 있다. 투썸플레이스, BBQ, 두찜, 버거킹을 비롯해 메가MGC 등 다수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집단 소송 참여를 검토 중이며, 이미 여러 업체가 변론기일 또는 조정 절차를 앞두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단 취지가 향후 차액가맹금 분쟁의 사실상 기준 판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논란의 핵심에는 차액가맹금 구조가 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재료·물품 가격에 포함된 마진 성격의 수익으로,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오랫동안 활용돼 온 방식이다. 제도적으로 허용된 구조이지만, 원가와 공급가격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문제 제기가 반복되며 분쟁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차액가맹금 중심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정률 로열티 방식으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수익 구조가 단순해질수록 본사와 점주 간 비용 부담이 명확해져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정률·정액 로열티는 매출 대비 부담 수준이 비교적 명확하지만 차액가맹금 구조에서는 점주가 실제 비용 부담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9년 이후 정보공개서를 통해 외부 조달 물품의 마진은 일정 부분 확인이 가능해졌지만, 본사가 자체 생산해 공급하는 품목은 여전히 원가와 마진 구조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자문위원장은 갈등의 본질을 ‘정보 비대칭’으로 규정했다. 그는 “공급가격 산정 기준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구조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차액가맹금 논란은 수익 배분 문제가 아니라 비용 산정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본사가 직접 제조·가공하는 품목이나 중간 법인을 두는 이른바 ‘통행세 구조’는 정보공개서만으로 실체 파악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만 주요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이번 판결을 업계 전반의 구조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선을 긋고 있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당사는 차액가맹금 외 별도의 브랜드 로열티를 취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내용도 정보공개서와 가맹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쟁점은 차액가맹금 자체가 아니라 가맹점주에게 구조가 충분히 설명됐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서울시·공정위 '표준가맹계약서' 개정 논의…“객관적 검증장치 마련해야”
갈등 확산 조짐에 정책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표준가맹계약서’ 개정 논의를 진행 중이다. 차액가맹금 고지 방식과 물품 공급 가격 구조, 비용 분담 기준 등을 계약 단계에서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정책 기류 변화 가능성도 감지된다. 공정위는 큰 틀에서 로열티 중심 수익 구조 전환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액가맹금을 둘러싼 분쟁이 되풀이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수익 모델 단순화와 비용 구조 투명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차액가맹금 방식을 선호하는 가맹점주도 적지 않아 수익 구조를 일괄적으로 로열티 방식으로 바꾸기는 어렵다”면서도 “협약 이행평가 등을 통해 로열티 방식 전환 시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격 산정 기준과 비용 구조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는 한 유사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률 로열티의 장점은 수익 구조가 단순하고 검증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프랜차이즈 산업 안정성을 위해서는 본부와 가맹점 간 거래 구조 전반의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 차액가맹금 산정 기준과 가격 결정 과정이 시장에서 납득 가능한 수준으로 설명되고 공유되야하고,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갈등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프랜차이즈 갈등의 근본 원인은 비용 산정 구조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라며 “표준계약서 개정 논의도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정보 비대칭 완화와 신뢰 회복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3자 회계 검증, 시중가격 비교 기준 제시 등 객관적 검증 장치를 마련하고 매출 연동형 로열티나 구간별 차등 적용, 경기 상황을 반영한 한시적 감면 등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핵심은 예측 가능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설계”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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