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인도·아세안 승부수… ‘제3 성장축’ 구축
||2026.02.18
||2026.02.18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인도와 아세안 등 신흥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판매 확대를 넘어 글로벌 사업 축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유럽 중심의 기존 구조가 흔들리는 가운데 ‘제3의 성장 축’을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최근 세계 자동차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강화와 현지 생산 요구 확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졌고, 유럽에서는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세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과 신흥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시장 공백도 변수다. 현대차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사업을 중단한 상태로, 재진출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한때 연간 40만대 이상을 판매하던 시장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대체 성장 거점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러시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성장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갖춘 시장이 필요해졌다”고 본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인도가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연간 약 440만대 규모로 세계 3위 수준이다. 일본 스즈키와 마힌드라, 타타 등 현지 업체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현대차·기아는 합산 약 18% 안팎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추격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첸나이 공장에 더해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을 올해 상반기 양산 체제로 전환한다. 이 공장에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베뉴를 생산하고, 연간 생산 규모를 초기 17만대에서 2028년 25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인도는 내수 시장뿐 아니라 수출 전초기지로서의 의미도 크다. 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신흥국 공략 거점으로 활용도가 높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모델로 신흥국 시장을 파고드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은 가격 경쟁력 확보와 공급망 리스크 분산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초 인도를 직접 방문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을 반영한다. 정 회장은 “현대차는 30년간 인도 국민의 선택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며 “앞으로의 30년을 내다보는 전략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아 아난타푸르 공장에서는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시장 변화에 대응한 제품 라인업 운영 ▲전동화 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핵심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SUV 라인업 확대와 함께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한 배터리 및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도 병행할 계획이다.
아세안 역시 생산·판매·수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전략 지역으로 꼽힌다. 아세안은 국내총생산(GDP) 약 3조6000억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자 생산 거점으로서 매력이 크다. 낮은 인건비와 높은 성장 잠재력, 역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수출 허브 역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공략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을 생산 거점으로 구축하고, 베트남 생산법인(HTMV)과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통해 역내 공급 체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지화 전략은 판매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자동차제조협회(VAMA)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월 베트남에서 5872대의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하며 해당 부문 1위에 올랐다. 생산 기반 확충과 SUV 중심 라인업 확대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말레이시아에는 2025~2030년 21억5900만링깃(약 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는 미래 생산 방식과 모빌리티 기술 실험 거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의 정책 리스크, 중국 업체들의 가격 공세, 러시아 공백이라는 삼중 변수 속에서 인도와 아세안은 대안이 아니라 필수 선택지에 가깝다”며 “현대차그룹의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 사업 지형을 재설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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