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언·신탁’ 없으면 위험… 가업 승계, 이제 사전 설계 필수”
||2026.02.16
||2026.02.16
“국회에서 논의 중이던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가업 상속을 설계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만난 조웅규 에스테이트플래닝(EP)센터 자산승계본부장은 새로 바뀐 유류분 제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업 승계 과정에서 유류분 소송이 발생하면, 이제는 단순히 주식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법 개정안의 핵심은 유류분 반환 방식의 변화다. 상속인 일부가 유류분을 청구할 경우, 고인의 재산 가운데 부동산 지분이나 비상장 주식 같은 ‘원물’이 아니라 ‘가액(현금)’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 재가와 공포 절차를 거치면 즉시 시행된다.
조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분쟁이 생기면 주식을 일부 이전해 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므로 후계자가 지분을 유지하기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비상장 기업은 주식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문제가 더 커진다. 그는 “비상장 주식은 시장에서 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며 “결국 회사 지배력을 유지해야 하는 후계자가 보유 지분을 급히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류분 소송이 곧 경영권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조 본부장은 유언장 작성과 ‘유언대용신탁’을 제시했다.
그는 “유언장은 기본, 분쟁을 줄이려면 훨씬 정교하게 작성해야 한다”라며 “상속인별 재산 배분뿐 아니라 유류분 분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사전에 재산 관리 구조를 만들어 두는 방식이다. 사망 이후 재산 이전 절차가 훨씬 빠르고 명확해질 수 있다.
특히 후계자가 필요한 시점에 지분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음은 조 본부장과 일문일답.
─실제 가업 승계가 문제가 된 사례는 어떤 게 있나.
“기업가치 1000억원으로 평가된 비상장회사 지분을 후계자에게 넘겨야 했는데 자녀가 셋이고 혼외자까지 있었던 경우다. 후계자와 다른 상속인들은 회사 가치의 50% 수준 현금을 마련해 상속세를 내야 한다.
후계자가 경영을 이어가려면 창업자 지분이 분산되지 않아야 하는데, 다른 자녀들과 분쟁이 잦다. 특히 혼외자가 있으면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으로 가업 승계가 무산되기도 한다."
정부는 10년 이상 운영, 매출 5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 승계 시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세를 공제한다.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하면 해결되나.
“요건을 충족해도 선대가 동업으로 창업했다면 분쟁이 불가피하다. 동업자 A·B가 50%씩 지분을 가진 회사에서 A가 먼저 사망하면 B의 동의가 있어야 A 자녀가 공제를 받는다. 이 경우 B의 자녀는 훗날 공제를 받지 못한다. 협의가 원만하기 어렵고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
─비상장사가 특히 어려운 이유는.
“상장사는 사망일(상속개시일) 전후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된다. 반면 비상장사는 시세가 없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3대 2로 가중평균해 평가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 시장에서 보는 기업 가치보다 높게 산정된다. 결과적으로 상속세 부담은 상장사보다 비상장사가 더 커진다. 또 비상장주식은 물납이 불가능하고 담보 제공도 어려워 연부연납(분할납부)도 쉽지 않다.”
─현행 제도가 비상장 기업에 크게 불리한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주식 가치가 500억원인 상장사가 있고 창업자의 지분이 30%라면 현재는 약 75억원 정도의 상속세가 발생한다. 그런데 상장주식을 비상장 방식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세표준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주가를 경영자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속인이 물려받은 주식을 모두 처분해도 세금을 다 내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상속세 때문에 원활한 승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업 운영이 어려워지지 않나.
“그렇다. 잘 운영되던 회사가 대표가 갑자기 사망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 위기를 겪게 되고, 근로자들의 생계도 흔들린다. 상속세 부담 때문에 기업이 사라지면 고용에도 악영향을 주고 국가 경제에도 손실이다.”
─원활한 승계를 위한 상속 계획은 어떻게 세우는 것이 좋은가.
“유언으로 주식을 신탁하는 방식을 활용할 수 있다. 자녀가 셋인 창업자가 사망하면 일반적으로 지분을 3분의 1씩 나누게 되지만, 유언으로 주식을 신탁에 맡기고 배당 수익권만 3분의 1씩 나누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의결권은 후계자의 의사에 따라 수탁자(금융회사 등)가 행사하도록 하면 경영권도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유언 대용 신탁은 무엇인가.
“위탁자가 생전에 재산을 신탁해 관리하다가 사망 후 계약에 따라 지정된 사람에게 재산이 이전되는 구조다. 금융회사에 맡기면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제3의 개인을 수탁자로 지정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가업을 승계할 자식이 없다면 기업은 어떻게 유지할 수 있나.
“중소벤처기업부가 인수합병(M&A) 방식의 중소기업 승계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M&A가 활성화되려면 양도소득세 부담 완화와 인수 후 통합 절차 비용 지원 등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우수한 내부 직원에게 가업을 승계시키는 사례도 있지만 현재 가업상속공제는 이런 경우 적용되지 않아 증여세를 내야 한다.”
─부유층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해외로 이주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가 검토는 하지만 실제 실행은 쉽지 않다. 외국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국내에 183일 미만 체류하는 비거주자가 돼야 하는데,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면 과세당국이 거주자로 판단해 세금을 부과한다. 또 해외로 이주하면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으로 간주해 산출한 양도세를 ‘국외전출세’로 납부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어디에 거주하든 전 세계 소득을 신고해야 하므로 장기 체류를 하면서도 영주권 취득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법무법인 바른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재미교포 자산관리를 돕고 있다. 비결은.
“미국으로 이주한 동포 상당수가 한국 내 자산이나 상속 문제로 분쟁을 겪는다. 이민 당시 가족에게 맡긴 2억원짜리 반포 아파트가 수십억원으로 오르자 그 가족이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한국 법을 잘 알지 못해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바른 EP센터는 세미나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재외동포의 한국 내 자산 관련 사건을 맡아 법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