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디지털자산 사업 급제동 걸리나...‘규제 변수’ 예의주시
||2026.02.13
||2026.02.13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올 들어 디지털자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증권업계가 최근 발생한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에 따른 금융당국의 규제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51%룰'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증권사 디지털자산 전략에도 직간접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3일 정치권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15일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시행 시점은 2027년 1월로 제시됐다.
토큰증권 제도화 일정이 확정되면서 증권업계는 발행·유통 인프라, 수탁(커스터디), 결제·정산 구조를 염두에 둔 파트너십을 늘리는 흐름이다.
DB증권은 지난 5일 솔라나 재단과 토큰증권(STO) 기반 디지털 자본시장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국내외 STO 기초자산 공동 발굴과 발행·사후관리 구조 검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토큰증권 발행·유통 인프라 협업체인 '프로젝트 펄스'에 참여하고 솔라나 재단과도 STO·실물연계자산(RWA)·커스터디·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연구 등 협력 범위를 넓혀왔다.
한화투자증권은 2026년 경영전략회의에서 'RWA 허브' 비전을 내걸고 디지털자산 데이터·리서치 협력과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복수 블록체인 기업과 디지털자산 지갑 테스트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며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까지 포괄하는 인프라 구축 가능성이 거론됐다. 여기에 5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코빗의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6일 빗썸에서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고 있다.
빗썸은 이벤트 선물 지급 과정에서 2000원을 입력해야 하는데 단위를 2000비트코인으로 잘못 입력해 비트코인 62만개가 전산상 지급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고는 디지털자산 거래 인프라의 내부통제 수준이 제휴 금융사에도 평판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음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24일 빗썸과 디지털자산 전략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는데사고 이후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당장 같이 하고 있는 사업은 없고 향후 협업 일정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라며 빗썸의 사고 수습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15~20%)이 증권업계에 부담 요인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 거래소가 공공 인프라 성격을 띠는 만큼 주식시장 대체거래소(ATS)처럼 대주주 지분을 15% 수준으로 제한하는 규율을 참고해 15~20% 제한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주 지분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소 지분 투자·인수로 디지털자산 밸류체인을 내재화하려는 구상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거래소 지배구조가 강제로 재편되면 장기 파트너십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어, 증권사가 대규모 시스템 연동이나 공동 서비스에 나서기 전 리스크 검토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 업계는 지분을 인위적으로 분산시킬 경우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져 이용자 보호에 역행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 51%룰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상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이 지분 51% 이상 출자한 법인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현행 은행법상 은행은 비금융회사 지분을 15%까지만 보유할 수 있어 구조 설계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은행 중심(지분 50%+1주) 컨소시엄부터 허용하는 방향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51%룰이 적용될 경우 증권업계에는 사업 기회 자체보다 '주도권과 수익 구조' 측면에서 영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TO·RWA의 결제·정산 레일로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될 여지가 큰데 발행과 통제 권한이 은행 중심으로 설계되면 증권사는 해당 인프라를 사용하는 위치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제도권 은행이 과반을 쥔 구조는 안정성과 신뢰 측면에서 장점이 있어, 증권사가 디지털자산 상품·플랫폼을 설계할 때 규제 불확실성을 일부 덜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제한이나 은행 51%룰은 악재라기보단 전략의 대수정을 요구하는 강력한 신호"라며 "거래소를 직접 소유해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거나 결제 인프라 주도권을 쥐는 확장형 모델은 규제상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은 무리하게 영역을 넓히기보다는 리스크가 검증된 거래소와 단계적 협력 수위를 조절하고 제도화가 확정된 STO와 RWA 등 본업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집중하는 실리형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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