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아직 축포는 이르다 [줌인IT]
||2026.02.13
||2026.02.13
2024 유럽육상선수권대회 여자 경보 20㎞ 결선에서 스페인 선수 라우라 가르시아 카로는 3위 동메달을 확신한 듯, 결승선 약 10m를 남기고 세리머니를 시작했다.
관중의 환호가 쏟아지던 그 때, 순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뒤따르던 선수가 결승선 5m를 앞두고 그를 추월하며 순위가 뒤집힌 것이다. 스포츠 경기나 일상에서 승리를 확신하고 기쁨을 앞당겼다가 결과를 놓치는 상황을 ‘프리매추어 셀러브레이션(Premature Celebration·성급한 승리 선언)’이라 부른다.
지난달 22일 코스피가 장 중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며 축포를 터뜨렸다.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로 출발한 이후 46년 만의 일이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자동차·방산 등 대형주 전반에 순환매가 이어지며 지수를 끌어올렸고, 지난해부터 추진된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도 상승에 힘을 보탰다. 새로운 기록 앞에 시장과 국민은 환호했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축하만 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도 한국 증시의 경쟁력이 일부 확인됐다고 보면서도 구조적인 성장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엔 이르다고 진단한다. 코스피를 5000선으로 끌어올린 요인들이 동시에 한국 증시의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올해 초 코스피 랠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주도했다. 유진투자증권이 반도체를 제외하고 코스피를 산출해보니 362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00포인트 차이다. 그만큼 반도체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코스피가 5000을 넘어 6000, 7000으로 도약하려면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다른 업종의 주가 상승이 필수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증시를 추종하는 서학개미 현상도 극복 과제다. 주식 시장에는 자국 주식을 선호하는 ‘홈 바이어스(home bias)’ 현상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오히려 ‘역(逆) 홈 바이어스’가 작동해 왔다. 한국 증시에 대한 구조적인 불신 때문이다. ‘박스피’, ‘소외피’ 등 코스피를 둘러싼 이 같은 별명들 역시 과거의 학습된 무력감에서 비롯됐다.
관건은 산업 전반의 기업 이익과 구조적 체질 개선이다. 국내 기업의 이익 질을 높이고, 자본 효율과 주주환원, 지배구조가 함께 개선돼야 코스피는 다음 계단을 오를 수 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기업의 이익 성장 없는 지수 상승은 일시적 버블에 그치지만,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한 상승은 시장의 장기적 밸류 업을 불러온다.
언젠가부터 투자자들의 마음 속에는 "잠시 오르더라도 결국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오천피 달성으로 이러한 잠재적 우려가 말끔히 가셨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기업 경쟁력과 투자 환경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당장의 축하를 멈추고 코스피의 지속 가능한 상승을 위한 다음 단계로 돌입할 차례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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