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전기차로 40조 손실… 배터리 동맹 흔들고 韓 조직 재편
||2026.02.12
||2026.02.12
지프와 푸조 등을 보유한 유럽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가 전기차 중심 전략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4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며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전동화 계획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합작법인 철수와 한국 법인 구조조정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실제 사업 구조 재편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6일(현지시각) 전기차 모델 출시 취소, 생산 계획 축소, 공급업체 보상 비용 등을 반영해 220억유로(약 37조6000억원)를 손실 처리했다고 밝혔다. 단순 실적 악화라기보다, 미래 수요를 전제로 선반영했던 투자 자산을 재평가한 결과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공격적 전동화 전략의 일부를 사실상 되돌린 셈이다.
발표 직후 밀라노 증시에서 스텔란티스 주가는 장중 최대 29% 급락했다. 시가총액은 180억유로(약 30조8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회사는 손실 상각 영향으로 올해 배당금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고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이다.
정책 환경 변화도 전략 수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및 친환경차 의무 확대 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히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기반으로 확대됐던 북미 전기차 투자 계획 역시 재점검 대상에 올랐다.
유럽연합(EU)도 탄소배출 규제 기조는 유지하되 전기차 판매 비율 목표를 조정하며 속도 조절 신호를 보냈다. 전면적 전환보다는 단계적 대응으로 선회하는 완성차 업체가 늘고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겹쳤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원가 구조가 상대적으로 높은 유럽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가격을 낮추면 수익이 줄고, 가격을 유지하면 점유율을 빼앗기는 구조다.
전략 수정은 배터리 합작사 정리로 이어졌다. 스텔란티스는 6일(현지시각)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다에 설립한 ‘넥스트스타 에너지’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2025년 11월 말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를 생산해 온 공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스텔란티스가 보유한 지분 49%를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했다. 향후 해당 공장을 북미 ESS 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어 10일에는 삼성SDI와 미국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설립한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 에너지’에서도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2024년 가동을 시작했다. 다만 철수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앞선 넥스트스타 사례처럼 지분 매각 방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텔란티스 측은 “스타플러스 에너지의 미래와 관련해 삼성SDI와 협력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투자 속도를 낮추고 현금 보존에 집중하려는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증설 계획을 재검토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전략 변화는 한국 법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최근 푸조와 지프 브랜드를 담당하는 내셔널세일즈 부문 직원 7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국내 판매 감소 흐름도 겹쳤다. 지프와 푸조의 합산 판매량은 2023년 6538대에서 2024년 3575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3051대로 감소했다. 푸조는 2024년 947대로 2005년 이후 처음 1000대 아래로 떨어졌으며, 2025년에도 979대에 그쳤다.
다만 스텔란티스코리아는 판매 부진과 희망퇴직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은 한국에 국한된 조치가 아니라 중국·유럽 등 주요 지역에서 동시에 추진 중인 그룹 차원의 사업 효율화 전략”이라며 “국내 판매 실적과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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