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켜놓고 깜박… “자율주행 교통사고, 6년 새 6배”
||2026.02.12
||2026.02.12
고속도로에서 ‘스마트크루즈’나 ‘자율주행 모드’ 기능을 켜고 달리다 발생한 교통사고가 최근 6년간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자가 가속과 감속, 차간거리 유지를 차량에 맡기는 동안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적지 않았다. 관련 기능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사고 책임은 온전히 운전자에게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2일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고속도로 ACC 사용 중 교통사고 실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ACC를 사용하다 발생한 사고는 총 290건으로 집계됐다
ACC는 차량이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다. 현대자동차의 ‘스마트센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등으로 불린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5건이던 사고는 ▲2021년 29건 ▲2022년 38건 ▲2023년 55건 ▲2024년 52건을 거쳐 2025년 101건으로 늘었다. 5년 새 약 6.7배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사고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중상을 입는 등 총 27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유형을 보면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했다면 예방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전체의 62.1%는 차로를 이탈해 주변 차량이나 공작물과 충돌한 ‘차로이탈형’이었다.
이웃 차로에서 끼어든 차량과 충돌한 ‘차로변경 차량 충돌형’이 18.6%, 전방 저속 차량을 추돌한 ‘전방주행 차량 추돌형’이 14.5%로 나타났다. 공사구간이나 선행 사고 현장을 피하지 못한 ‘돌발현장 회피형’도 4.9%를 차지했다.
사고 영상 149건을 분석한 결과 도로 환경적 위험요소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선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가 77.2%로 가장 많았고, 교통이 원활한 상황에서의 사고도 절반을 넘었다. 기상 조건은 맑은 날이 84.6%로 악천후보다는 비교적 주행이 수월한 환경에서 사고가 집중됐다. 연구소는 운전자가 기능을 과신해 경계심이 낮아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간대별로는 평일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 사고가 가장 많았다. 운전자 연령대별로는 40대가 30%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30대와 50~60대 순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모든 책임이 운전자에 있다는 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이러한 보조 기능이 작동 중이더라도 운전자에게 안전운전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ACC는 자율주행 2단계 수준의 보조 기능으로 자동차 통행 방법과 운전자의 의무 규정의 예외가 아니다. 시스템이 직접 운전을 요구하면 운전자는 지체 없이 조향·제동 장치를 조작해야 한다.
제조사 매뉴얼 역시 차량 조작의 최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고 명시한다. 정지 물체, 급히 끼어드는 차량, 우천·강설 등 악천후, 저조도 상황에서는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연구소는 기술적 보완책으로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확대 필요성을 제시했다. 유럽은 운전자 주의 상태를 감지하는 장치를 신차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도 카메라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장착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는 의무 규정은 없지만 일부 차종에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김선호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ADAS 기능은 운전을 보조하는 장치일 뿐 자율주행을 대체하지 않는다”며 “주행 편의 기능과 함께 운전자 상태를 상시 점검하는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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