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초장기 고정형 주담대 나온다… 금리 내리면?
||2026.02.12
||2026.02.12
금융당국이 연내 만기 30년의 초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를 제외하면 민간 금융권에서 30년 ‘순수 고정’ 상품이 나오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일부 은행은 이보다 더 긴 40년 만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 시점도 재고 있다. 다만 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 있는 국면에서 수요가 얼마나 붙을지는 미지수다.
12일 금융당국과 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연내 나올 민간 은행의 만기 30년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 정책 방향을 이르면 이달 중 발표한다. 신한은행은 이르면 올 하반기 만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4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현재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는 대부분 5년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 전환)이나 5년 주기형(5년마다 금리 재산정)이다. 통계상 고정금리로 잡히지만, 일정 시점 이후에는 시장금리에 연동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무늬만 고정’ 구조를 넘어 만기까지 금리가 바뀌지 않는 장기 상품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최근 주담대 혼합형(은행채 5년물 기준) 금리는 연 4%대 중반에서 6%대 중반까지 형성돼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약화되면서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인 영향이다. 변동형도 신규 코픽스 기준으로 상단이 5%대 중반까지 오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30년간 금리를 묶는 선택이 합리적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경우 고정금리 차주는 인하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당국이 장기 고정을 밀어붙이는 배경은 분명하다. 한국은 주요국 대비 변동금리 비중이 높았다. 감독 당국의 목표제 도입 이후 고정금리 비중이 빠르게 늘었지만, 여전히 미국·프랑스처럼 90% 이상이 고정인 국가들과는 구조가 다르다.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 기준 비중은 고정금리 65.6%, 변동금리 34.4%이다.
금리 상승기마다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증하고, 이는 연체와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됐다. 장기 고정은 가계의 금리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금융 시스템의 충격 흡수력을 높이는 수단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초장기 고정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한도’다. 장기금리 고정은 미래 금리상승 위험이 없다는 전제 아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시 가산 금리가 붙지 않는다. 같은 소득이라도 대출 한도가 더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보다 한도에 민감한 차주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 일각에서 부동산 시장 자극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국은 총량 관리를 병행하고 있어 급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한국은행의 연구에서는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보고서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금리 선택 분석'을 보면 자가 보유자이거나 소득·자산이 많을수록 변동금리를 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금리 변동을 감내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기에는 초기 금리가 낮을거라 여겨지는 변동형 선호가 더 강해진다.
반대로 미래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질수록 고정금리 선택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결국 금리 선택은 차주의 재무 여건과 시장 전망이 맞물린 결과라는 얘기다. 특히 장기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라면 금리 리스크를 차단하는 가치가 적지 않다.
은행의 고민도 깊다. 장기 고정은 조달·금리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 장기 채권 발행 등 비용이 수반된다. 그래서 30년 고정 금리를 5년 혼합형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수요와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겠다는 계산이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 가계부채의 고질적인 문제는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외부 충격(기준금리 인상 등)에 가계 소비가 즉각적으로 위축된다는 점에서 30년 고정금리 상품이 정착되면 가계는 ‘금리 변동 리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서 “초장기 상품의 핵심은 미래의 불확실성 제거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글로벌 통화정책에서 금리 인하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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