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⑤ 딥시크 현상⋯예상치 못한 충격인가, 예견된 결과인가?
||2026.02.12
||2026.02.12
올해 초 중국의 딥시크(Deep Seek) 등장이 미친 영향을 단순히 ‘충격’이라는 표현으로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는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 및 학계에 구조적인 변화를 촉발시켰다. 기술 공개 초기에는 중국 기업의 독자적인 연구개발(R&D) 결과를 의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심층적 검증 결과, 이는 자국 내 기술을 이용해 개발된 자체 기술 역량임이 입증되었다. 아울러 성능 대비 비용 효율성 역시 세계적 최고 수준임이 확인됐다.
국제사회는 중국의 혁신 역량을 새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글로벌 AI 패러다임 변화와 과학기술 패권 구도의 재편 가능성을 시사한다. 얼마 전 국내 모 언론사가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첨단산업 현장 방문 및 방문기를 소개했다. ‘예상하지 못한 충격’이라는 표현이 중론이었다.
중국의 최첨단 산업에서 나타난 예상 밖의 성과는 어떤 구조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는 우연한 기회의 결과로 인한 일시적 충격에 불과한가, 아니면 탄탄한 기초 역량을 기반으로 형성된 구조적 경쟁력이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인가. 이번 변화의 이면에 있는 배경을 분석하고, 그 미래를 전망해 봤다.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의 징조는 예견됐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서방의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피크 차이나(Peak China)’ 이론이 확산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이미 최정점을 찍고 점점 하락한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과잉 공급 문제,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 미국과의 경제전쟁 그리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등 원인은 다양했다.
여기에 더해 독재국가인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여 계획하고 통제하는 체제를 성장의 한계로 보았다. 이런 독재정권의 체제하에서 첨단산업 활동은 미국과 달리 창의성과 열정의 부족으로 분명히 한계에 직면한다고 예측했다. 자유를 중시하는 서방의 시각으로 중국을 관찰하고 판단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서 위협을 느끼며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첨단기술 제재를 통해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국과의 경제전쟁은 중국의 최첨단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서방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런데 이런 분석이 무색하게 앞으로 중국의 최첨단 분야가 미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공공연히 발표되고 있다.
필자가 2000년 미국에서 MBA 과정을 밟던 당시,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주요 이슈였다. 이에 대학 교수의 도움을 받아 워싱턴 지역을 방문해 유명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들을 면담할 기회를 얻었다. 주요 연구소 중국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비슷했다.
중국의 WTO 가입은 국제무역 질서에의 본격적 편입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WTO 가입으로 무역 장벽 완화와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가 촉진되어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중산층의 급격한 팽창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았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중산층 확대는 전통적인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 정치적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증대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는 중국 공산당 체제의 내재적 한계를 드러내며, 정치적 변화와 사회적 혼란, 나아가 정권 교체 가능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경제성장에 따른 정치적 자유 요구는 체제의 안정성에 도전하며, 그 과정에서 인민들의 사회적 고통과 불안이 동반될 수 있다고 보았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중국 내에서 공산 독재 정권을 대체할 민주 정부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의 WTO 가입은 경제 성장과 국제 무역 확대를 통해 사회경제적 변화를 촉발한 사건으로 평가됐다. 이는 정치 체제와 사회 구조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민주주의 열망을 증대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비쳐졌다.
서방 전문가들이 중국보다 자국 정치체제가 우월하다고 여긴 오만이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는 데 방해가 됐을 수 있다. 또한 중국 사회의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피상적 인식의 결과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아직까지 중국 공산당의 패배로 인한 사회 구조 및 체제 변화라는 서방 전문가들의 예측은 결국 오판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딥시크의 사업 영역인 생성형 AI를 비롯해 여러 산업에서 약진을 위한 기초 단계를 오랜 기간 착실히 구축해 왔다. 화웨이는 이미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단계를 넘어선 글로벌 최첨단 기업으로 성장했고, BYD와 지리자동차는 중국 내수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를 밀어내며 세계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는 가성비를 앞세워 전자제품 강국인 한국 시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알리바바, 테무, 쉬인 등 방대한 데이터와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세계 유통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세계 최대 생산 기반과 소비 시장을 토대로 성장한 드론 산업, 세계 선도자로 부상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산업, 그리고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 기술 개발, 인재 양성을 바탕으로 상용화가 본격화된 자율 주행 산업까지. 중국은 장기간에 걸쳐 기술력과 인재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왔다.
이러한 산업 활동들이 오랜 시간 집약된 결과, 중국은 최첨단 산업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됐다. 우리가 그동안 이러한 변화를 과소평가하거나 오만하게 바라본 것이지, 결코 하루아침에 얻은 행운의 성과가 아니라는 뜻이다.
첨단산업에서의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중국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위협하는 독보적인 세계 2위의 대국으로 부상했다. 자율주행차, 로봇공학, 항공우주 등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충격적인 발전의 결과에 대한 일반적인 분석은 이미 여러 언론에서 다뤄지고 있다.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한 정부의 파격적 지원(과학·기술·공학·수학(STEM) 전공자가 미국의 5배 수준). 둘째, 14억 인구라는 거대 시장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내수 기반을 통한 조기 경쟁력 확보). 셋째, 중앙과 지방 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공산당 체제 특유의 추진력이다.
주로 정부 주도의 역할과 14억 시장의 규모에 의한 발전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역동적이고 자율적인 창의 환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통제와 지시에 의해 계획된 성격이 강하다. 창의력과 열정이 요구되는 첨단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적합한 환경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설득력이 있는 지적에도 충격적인 발전을 이룬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앞서 공산당 정부의 추진력이라는 외적 요인 외에, 중국 사회 내부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중국은 첨단 산업에서 지속적인 발전으로 선도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파도를 일으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이제 그 심연의 속으로 들어가볼 때다.
[편집자주] 이춘우 호서대 특임교수는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삼성 중국 지역 전문가로 대륙을 돌면서 중국과 인연을 맺은 후, CJ(제일제당) 중국사무소 대표를 지냈으며,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실에서 근무했고, 현지에서 화장품 유통업체 카라카라를 창업하기도 했다. 2012~2017년에는 중국 50대 민영기업 신화련그룹의 투자수석고문을 역임한 바 있다. 이춘우 특임교수의 칼럼은 3주에 한번씩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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