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과의 전쟁]④ 국고채 담합, 1년째 전원회의 ‘미정’…법조계 “공소시효 쫓길 판”
||2026.02.11
||2026.02.11
이 기사는 2026년 2월 11일 오전 10시 30분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과 관련해 주요 증권사와 은행에 심사 보고서를 보낸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검찰 고발 여부와 제재 수위를 정할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전원회의가 지연될수록 공소시효 임박에 따른 형사 책임 공백 우려는 물론, 증거 관리 리스크와 기업 부담까지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째 조사인데, 전원회의 아직... 검찰 “수사할 시간 부족”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 사건은 현재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만을 남겨둔 상태다. 이 사건은 국고채 전문 딜러(PD·Primary Dealer)들이 입찰 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전에 입찰 정보를 공유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공정위는 2023년부터 조사를 시작해 작년 3월 증권사 10곳(교보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과 은행 5곳(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 KDB산업은행, KEB하나은행) 등에 심사 보고서를 발송했다. 심사 보고서는 검찰의 공소장 격으로 조사 대상의 법 위반 혐의점과 과정 등이 담겼다. 통상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이뤄지는 절차다.
국고채 입찰 담합 사건에 대한 전원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통상 전원회의를 매주 수요일에 개최하는데, 이날 열리는 전원회의에서는 설탕 담합 사건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든 사건은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심사 보고서 발송 이후 1년 가까이 전원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점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로는 공소시효가 꼽힌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의 전원회의를 거쳐야 고발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여서, 이 단계가 지연될 경우 검찰의 수사와 기소도 함께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전원회의 이후에도 위원 간 제재 수위를 둘러싼 논의 과정에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담합 종료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부 행위는 이미 시효 만료가 임박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정부 내부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2021년도 이후 공정위 고발 사건 중 조사 기간만 1년 반 내지 4년까지 걸린 게 있다”며 “공소시효가 5년인데, 5년 다 돼 (검찰에) 보내는 게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이 기소한 담합 사건들 역시 공소 시효가 임박한 시점에 공정위 고발이 이뤄졌고, 수사도 급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증거 확보 어려워져… 기업 부담도 가중
담합 실체 규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원회의 개최가 지연될수록 기업들이 장기간 법률 대응을 준비할 여지가 커지고, 이 과정에서 방어 논리가 축적돼 담합의 실체를 명확히 가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 포착되지 않았던 핵심 증거 역시 시간이 흐르며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시간이 지연될 수록 기업들이 허위·왜곡된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준비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전력기기 입찰 담합 사건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드러났다. 당시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상대적으로 제재 수위가 낮은 ‘물량 담합’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 공동행위 중 물량 담합으로 판단했지만, 이후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통해 수차례 투찰 가격을 공유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가격 담합까지 포함해 별도의 고발 요청권을 행사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담합 기업들이 조직적으로 증거 은폐와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확인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한 법인에서 공정위 조사 단계부터 준비된 내부 문건을 확보했는데, 이른바 ‘방지 대책’이란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공유된 파일이었다. 이 문건에는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한 업무 연락 금지, 이메일 사용 자제, PC 하드디스크 주기적 교체, USB 암호 설정과 물리적 파기 방법 등 증거 인멸을 염두에 둔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기업 부담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사보고서에 대한 이의 제기는 기업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절차이지만, 전원회의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일정 관리가 부재한 점은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사보고서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서 제출은 지난해 8월 이미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연내 전원회의 개최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최종 결론은 해를 넘기게 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기간도 긴 편이지만, 조사 종료 이후 전원회의 일정이 언제 잡힐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한 불만이 기업들 사이에서 적지 않다”며 “행정 처분 판단이 장기간 지연되면 검찰이나 법원의 판단 시점 역시 가늠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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