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난 기름 붓는다”… 등록 임대주택 줄면 ‘역효과’
||2026.02.11
||2026.02.11
이재명 대통령이 등록 임대 사업자의 세제 혜택 축소를 시사했다. 임대 사업자들이 세를 놓고 있는 주택을 매물로 내놓게 하려는 조치이나, 가뜩이나 매물이 없어 계속 뛰는 서울 전·월셋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세 대비 60~70% 싼값에 쫓겨날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 주택이 자취를 감추면, 서민 주거 불안은 더 커질 수 있다.
11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570가구로 지난해 8월 15일(2만3458가구)보다 12.4% 줄었다. 성북구(-72.3%) 중랑구(-67.8%) 동대문구(-55.8%), 서대문구(-52.7%), 은평구(-50.5%) 순으로 전세 물건이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도 같은 기간 1만9526건에서 1만9072건으로 2.4% 감소했다.
매물이 줄자 평균 전·월셋값이 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3.3㎡)당 평균 2099만원으로 전월 대비 0.47% 올랐다.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째 상승세를 기록 중으로, 반년 동안 2.54%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가 3.96%로 상승률이 가장 높았으며, 강남구(3.66%), 광진구(3.60%), 용산구(3.41%), 송파구(3.15%)가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셋값도 1년 동안 10만원 이상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해 1월 134만원에서 12월 147만원으로 9.9%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 임대 사업자의 임대 매물까지 줄면, 전·월셋값이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대통령은 9일 매입형 등록 임대 사업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제외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애는 방안을 언급했다. 매입형 등록 임대 사업자는 기존에 지어진 주택을 매입·등록해 임대하는 제도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도입됐다. 임대료 상한을 5% 이내로 제한하고 최장 8년 임대를 놓는 대신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등의 세제 혜택을 줬다. 그러나 이후 과도한 혜택이란 지적이 제기돼 축소됐고, 2020년 8월 아파트에 대한 매입 임대 주택 등록은 중단됐다. 단기 등록 임대 주택도 폐지됐으나 지난해 다세대 주택·빌라 등 비(非)아파트에 한해 부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 교수는 “정책과 제도는 효과와 부작용을 다방면으로 잘 살펴 개선해야 하는데,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매물 출회에만 몰두해 세입자의 주거 불안 심화, 전·월셋값 상승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책의 지향점인 ‘서민 주거 안정’을 간과하고 있다”고 했다.
정책 효과도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수도권 매입 등록 임대 사업자의 세제 혜택 기준은 공시 가격 6억원 이하(비수도권 3억원 이하)로 이 조건에 부합하는 임대 주택 대부분이 이 대통령이 집값을 떨어트리려 하는 강남 3구, 한강 벨트가 아닌 서울 외곽 지역에 있다”며 “임대 주택 매물이 크게 늘어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 값이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이라면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서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는데, 이들의 입장에선 시세 대비 싼값의 임대 주택 4만호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결국 임차 가구는 임대료 상승으로 고통을 더 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4 서울시 주거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가구 중 전세 또는 월세로 살고 있는 가구는 53.4%로 집계됐다. 자가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은 44.1%였다.
서울에서 등록 임대 사업자가 세 놓은 아파트에 거주 중인 김모(37)씨는 “전셋값이 시세보다 2억원 싼 집에서 3년째 살고 있다. 보증금을 한 번에 확 높이거나 예기치 않은 일로 집을 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없어 만족하며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이 집을 팔면 다른 비싼 전세를 또 알아봐야 한다”며 “정부가 전·월세 살이가 불가피한 서민들이 볼 피해를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했다.
등록 임대 사업자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홈페이지 및 커뮤니티 카페에는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팔 수도 없는데, 어쩌라는 건가” “70대 생계형 임대 사업자인데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등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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