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스텀 HBM’ 시대, 공급망 정보 불확실성 커진다
||2026.02.10
||2026.02.10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HBM4부터 특정 회사에 최적화된 '커스텀 HBM'으로 전환이 본격화된 가운데, 고객사와 제조사만 정확한 스펙과 일정을 공유하면서 공급망 정보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지난달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루빈 AI 가속기 출시 계획 변경으로 HBM4 양산 시기를 2026년 2분기 말에서 3분기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논란을 진화했다. SK하이닉스는 "HBM4는 고객과 협의한 일정에 따라 예정대로 진행 중이며 현재 고객이 요청한 물량을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공급 안정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HBM4부터 '커스텀 HBM' 시대가 본격화되며 정보 투명성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과거 HBM3E까지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따라 스펙이 공개됐지만, HBM4부터는 고객사별로 맞춤 설계된 로직 다이(베이스 다이)를 사용하면서 핵심 정보가 비공개로 전환됐다.
공급망 구조가 복잡해진 점도 시장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HBM3E까지는 메모리 업체가 칩을 만들어 GPU 기업에 납품하는 단순 구조였지만, HBM4부터는 팹리스(설계)·파운드리(생산)·메모리(HBM)가 3자 협업해야 한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은 "HBM4 이후 시장은 단순 적층 경쟁을 넘어 베이스 다이 미세공정과 시스템 최적화를 결합한 커스텀 HBM이 핵심 경쟁요소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 주력으로 생산될 제품은 12단 HBM3E이며, 점진적으로 HBM4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AI 인프라 확대, HBM3E 중심 수요, HBM4로의 점진적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도기로 볼 수 있다. 이런 과도기 속에서 복수의 공정 단계를 거치는 HBM4는 외부에서는 진척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차세대 HBM 제품을 둘러싼 정보 비대칭은 공급 불확실성까지 키우고 있다. 커스텀 HBM은 특정 고객사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칩만 양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정상이어도 기준에 미달하면 불량 처리된다. 이럴 경우 특정 고객사를 위해 제작한 HBM4를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도 없어 재고 유연성이 사라지게 된다. 작은 생산 차질이 곧바로 공급 차질 우려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극심한 수급 불균형으로 대부분의 고객이 메모리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공급 확대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생산과 동시에 판매되는 상황으로 재고 수준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더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고 유연성 사라지고, 프로젝트별 진척도 달라...수급 전망도 어려워
업계는 HBM4 이후 HBM4E, HBM5로 갈수록 커스터마이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커스텀 HBM 시대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이 세부 스펙을 비밀유지계약(NDA)으로 관리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송 사장은 "주요 고객사들과 커스텀 HBM 기술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파트너사와의 원팀 협력을 통해 최적의 제품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사장의 설명대로라면, 결국 고객사와 제조사만 정확한 개발 일정과 스펙을 공유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표준 스펙과 현물가를 통해 수급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커스텀 HBM은 프로젝트별로 진척도가 다르다"며 "이런 특성이 메모리 공급 안정성에 대한 시장 민감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