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한가’, 웃고 넘길 수 없는 해프닝 [줌인IT]
||2026.02.10
||2026.02.10
삼성전자 –29.94%.
국내 증시에서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6일 오전 8시 2분쯤 정규 시장 전 넥스트레이드(NXT) 프리마켓에서 하한가로 거래된 것이다. 이날 하한가로 체결된 거래량은 4525주. 가격이 급락하면서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됐고 2분간 거래는 정지됐다.
VI 발동 직전 주식을 싸게 사들인 이들은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 하한가 매수 인증 글을 올리며 많은 사람으로부터 부러움을 샀다. 삼성전자만의 얘기는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기아·두산에너빌리티 등 대형주도 이날 프리마켓 개장 직후 하한가 현상이 똑같이 발생했다.
대형주의 대규모 가격 급등락은 종종 있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8월 123거래일간 NXT 개장 직후 상한가 또는 하한가를 기록한 사례는 총 150건에 달했다. 하루에 한 번 이상 개장 직후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 사건의 여운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건 유동성 부족이라는 한계 때문이다. NXT 프리마켓은 호가가 맞으면 즉시 체결되는 접속매매 방식으로 운영된다. 개장 시점인 오전 8시쯤엔 참여자가 적어 소량 주문으로도 낮은 가격에서 거래가 체결되다보니 가격 왜곡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일개 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보니 왜곡된 정보가 정식 가격처럼 시장에 각인된 것이다.
어느 종목이건 이슈가 있으면 상한가든, 하한가든 대규모 가격등락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 별다른 충격이 없고, 펀더멘털에도 이상이 없는데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가 단순 호가만으로 가격 왜곡 현상이 생기는 건 분명 문제다. 이는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왜곡된 가격이 주는 혼란은 곧 시장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 와중에 한국거래소(KRX)는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확대한단다. 6월 말 프리마켓·애프터마켓을 도입해 12시간으로 확대하고, 내년 말엔 24시간 거래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KRX는 글로벌 증시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들었다.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올 하반기 24시간 거래체계를 앞두고 있는데 현재 KRX 거래시간 6시간 30분(9시~15시 30분)을 그대로 유지했다간 투자 수요를 뺏길 것이란 우려다.
문제는 거래시간을 확대할 정도로 한국 주식 투자 매력도가 높은지다. 코스피가 최근 1년간 100% 넘게 급등하긴 했으나, 시장 규모로 보면 글로벌 메인시장이라 할 수 없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해 KRX의 거래대금(EOB Value Traded)은 3조3169억달러로 NYSE(41조4045억달러), 나스닥(39조6303억달러)의 1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하루 거래시간이 4시간 30분에 불과한 대만 거래소 TWSE·TPEx 거래대금(3조8017억달러)보다도 적다. 유동성은 한정돼 있는데 거래시간만 늘리면 주문과 호가가 분산돼 오히려 변동성을 키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기술적 준비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NXT의 경우, 그나마 프리마켓 주문을 정규장으로 자동 연계하는 ‘원보드’ 체계를 갖췄지만 KRX엔 그런 시스템이 없다고 한다. 사무금융노조는 “새벽 개장 시행 시 IT 인력, 고객센터, 장애 대응 체계가 필수지만 올해 대부분의 증권사 예산엔 인력·시스템 증원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 KRX는 일단 6월 말 도입을 목표로 내달 13일까지 시스템 개발 및 테스트를 완료하고 16일부터 모의시장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은보 KRX 이사장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이 문제를 번복할 거 같진 않다.
거래 시간 연장과 관련, 새로운 차원의 접근과 고민을 주문해 본다. 24시간으로 늘린다고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까. 우리 ‘서학개미’들이 밤늦게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국내 시장이 닫혀 있어서만은 아닐것이다. 지금으로선 삼성전자 같은 대형 종목의 주문 및 호가를 유동성이 온전히 받쳐줄지 의문이다. 대형주 가격 왜곡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믿음이다. 경쟁력을 키운 다음 24시간 거래를 도입해도 늦지 않다. 섣불리 24시간 거래를 도입했다가 시스템 오류, 불공정거래 등으로 시장이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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