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점검’이라지만… 스테이블코인 간보는 신한은행
||2026.02.10
||2026.02.10
신한은행이 디지털 채널 사용자 경험(UX) 관리를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하면서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자산이 조사 항목에 포함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 측은 일상적인 UX 점검의 연장선이라는 입장이지만, 그간 신한은행이 진행해 온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술 실험과 사업 참여를 감안하면 법제도화 이후 서비스 도입을 위한 사전 준비 성격으로 읽힌다.
10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신한은행 디지털채널 사용자 경험 관리를 위한 UX 리서치’ 용역 공고를 내고 전문기관 선정에 나섰다.
이번 용역에서는 슈퍼SOL 개편 이후 사용성 분석과 함께 신규 서비스에 대한 UX·UI 검증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등 디지털자산에 대한 고객 인식 조사도 함께 이뤄진다. 해당 용역은 2026년 12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모바일뱅킹이 은행의 핵심 접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UX는 단순한 디자인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계좌 개설, 결제, 송금, 대출 등 주요 기능이 비대면 채널에 집중된 상황에서 신한은행 역시 디지털 채널 전반의 사용성과 고객 반응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왔다. 이번 용역도 이런 흐름 속에서 추진된 연례적 UX 관리 작업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UX 용역이 주목받는 이유는 조사 범위에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이 명시적으로 포함됐다는 점이다. 아직 관련 법·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디지털자산을 ‘도입 여부’가 아닌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 출시나 상품화를 전제로 하기보다는 향후 제도 변화 이후를 대비해 고객 인식과 사용 맥락을 미리 점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접근은 신한은행이 그간 진행해 온 스테이블코인 관련 실험들과 맞닿아 있다는 진단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결제 전문 기업 다날과 협력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글로벌 송금 테스트(PoC)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날의 블록체인·정산 네트워크와 신한은행의 외화 송금망, 자금세탁방지(AML) 등 규제 준수 체계를 연동해 일본 현지 기업 전자지갑으로 송금하는 방식이다. 테스트 결과 수수료 부담이 상당 부분 줄고 입출금이 실시간으로 처리되는 등, 기존 국제금융통신망(SWIFT) 대비 효율성이 확인됐다.
신한은행은 또 배달 플랫폼 ‘땡겨요’ 결제 시스템에 원화 기반 코인을 적용하는 기술 검증도 진행 중이다. 실제 결제와 정산 과정에서 디지털 코인이 원활히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단계로, 상용화를 전제로 한 사업 추진이라기보다는 기술적·운영적 검증 성격이 강하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두고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결제 영역으로 확장될 경우를 대비한 사전 실험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NH농협은행, 케이뱅크 등과 함께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송금 기술 검증 사업인 ‘팍스 프로젝트(Project Pax)’에도 참여해 왔다. 일본 금융기관 및 현지 인프라와 연계해 국경 간 송금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사업으로, 새로운 국제 금융거래 인프라 가능성을 기술 차원에서 검토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하나금융그룹 등과의 컨소시엄 논의와 씨티그룹 등 글로벌 금융사와의 협업 검토 역시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에 머무르기보다 결제·송금·정산·유통을 아우르는 구조를 염두에 둔 구상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서비스와 협력 주체를 넓혀가면서 신한의 스테이블코인 전략이 점차 입체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부분이다.
이번 UX 용역 역시 이러한 준비 작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디지털자산을 곧바로 새로운 서비스로 연결하기보다는 모바일 채널 내에서 고객이 어떤 기대와 우려를 갖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단계인 셈이다.
배경에는 신사업에 대한 진옥동 회장의 의지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지난해 한일 금융협력 세미나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채권이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전환금융과 디지털 채권 시장 구축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창립 기념 행사에서도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화폐를 두고 “플랫폼 기업과 디지털 화폐 확산으로 은행 예금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의 내재화와 이해도 확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UX 리서치는 디지털 채널 전반의 사용자 경험을 점검하기 위한 일상적인 관리 차원의 용역”이라며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의 경우에도 디지털 환경 변화 속에서 고객 인식을 함께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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