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파산까지… ‘팻핑거’로 얼룩졌던 증권가 [빗썸 오지급 논란 ②]
||2026.02.10
||2026.02.10
지난 6일 빗썸 직원의 실수로 62만개의 비트코인이 오지급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천문학적 금액이 수시로 오가는 증권가에서도 개인의 실수, 또는 오작동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이 난 사례가 수차례 발생했다.
이처럼 증권사 직원의 착각, 입력 실수 등으로 잘못된 거래가 체결되는 일을 ‘팻 핑거(Fat finger)’라고 부른다. 팻 핑거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개인의 실수일 뿐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한 증권사를 문 닫게 할 정도로 막대했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맥투자증권은 선물 옵션 만기일이던 2013년 12월 코스피200 12월물 콜옵션 ·풋옵션에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쏟아냈다.
추후에 사고 원인을 파악해 보니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잔여일/365’로 입력해야 하는데, ‘잔여일/0’으로 입력하자 주문 PC는 모든 코스피200 옵션에서 차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시장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매수·매도 주문을 냈다. 회사는 사고 직후 한국거래소에 결제 보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문 실수 후 시스템 전원을 내릴 때까지 143초에 불과했지만 실수의 대가는 컸다. 한맥투자증권의 손실액은 462억원에 달했다. 당시 한맥투자증권의 실수 덕에 돈을 벌었던 일부 증권사는 이익금을 돌려줬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이익을 가져간 싱가포르의 한 업체는 400억원에 달하는 이익금을 돌려주지 않아 2015년 2월 한맥투자증권은 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다수의 주문 실수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2018년 2월 초 장 시작 전 코스피200 옵션의 매수·매도 주문 착오로 잘못 보낸 거래 주문이 체결됐다. 이로 인해 회사는 무려 62억의 손실을 봤다. 이는 케이프투자증권이 직전년도 당기순이익(135억원)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였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월 약 70억원 규모의 주식 선물 스프레드 주문 실수를 했다가 전액 회수한 일도 있었다. NH투자증권은 주식 선물 스프레드를 매매하던 중 가격을 잘못 입력하는 실수를 벌였고, 다른 증권사의 동일한 업무를 하는 담당자들이 실수로 입력된 가격으로 물량을 받아 가면서 이득을 취했다. 다만 한화투자증권, 외국계 증권사 등 거래 상대방에게 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이 돌려줄 것을 직접 요청하는 등 양해를 구해 손실분을 전부 회수했다.
2018년 4월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는 이번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와 가장 비슷하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에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하려다가 실수로 주당 1000주를 입력했다. 이로 인해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식 28억1295만주(약 112조원)가 계좌에 입고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임을 인지하고도 자사주를 받은 직원 21명은 매도 주문했고 삼성증권 주가는 장 중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들은 유령 주식을 내다 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이 중 8명은 2022년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이 확정됐다.
삼성증권 사고는 특히 한국거래소가 2016년 도입한 '호가 일괄 취소 제도(킬스위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해당 제도는 착오 거래가 발생했을 때 증권사가 신청하면 미체결 호가를 취소하고 추가 접수하도록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후 증권사가 신청하는 것이 아닌, 거래소가 직접 발동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기도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산장애를 초래한 호가나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호가 모두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시스템상으로 전산장애를 유발하는 호가가 발생하면 바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빗썸뿐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 구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기형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빗썸 오지급 사태를 보면 한 개인에게 62만개의 비트코인을 지급할 정도의 큰 권한이 집중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특히 이렇게 큰 금액의 거래가 실행되기 전에 한 번 걸러질 수 있는 시스템도 없었고, 실물이 없는데도 빗썸 내부적으로 거래가 됐다는 것도 빗썸의 신뢰를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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