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레오 14세가 올해 방미 계획에 선을 그은 이유
||2026.02.09
||2026.02.09
사상 첫 미국인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가 올해 고향인 미국 땅을 밟지 않을 전망이다. 레오 14세가 ‘미국인 교황’이라는 상징성을 의식적으로 경계하는 한편,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보편성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8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레오 14세의) 미국 방문은 올해 중으로 예정돼 있지 않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간 바티칸 안팎에서는 레오 14세가 9월 유엔총회(UNGA)를 계기로 뉴욕을 방문, 이후 시카고 등 주요 도시를 순회할 가능성이 거론돼 왔으나 교황청이 이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앞서 레오 14세는 지난 12월에도 방미 가능성에 사실상 선을 그은 바 있다. 즉위 후 첫 해외 순방지였던 중동 방문을 마친 뒤 그는 미국을 방문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으며, 대신 차기 순방지로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언급했다. 두 지역 모두 가톨릭 인구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곳으로, 특히 중남미는 레오 14세가 선교사로 활동하며 페루에서 이중 국적을 취득한 개인적 연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레오 14세가 미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하는 데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교회 공동체에 과도하게 힘을 실어주는 인상을 피하려는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블레이즈 쿠피치 시카고 대교구 대주교는 “그는 자신이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 공동체에 속한 인물로 인식되길 바란다”며 “즉위 첫 해에 미국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레오 14세의 신중함은 일상적 언행에서도 드러난다. 북미 시리우스XM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 ‘더 카톨릭 가이’의 진행자 리노 룰리는 “레오 14세가 언제 영어를 쓰고, 언제 쓰지 않을지, 야구 이야기를 할지 말지, 미국 정치를 언급할지 여부는 모두 철저한 계산 아래 결정된다”며 “그는 세상에 자신의 우선순위가 미국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대미(對美) 메시지에서도 레오 14세는 거리 조절에 힘쓰고 있다. 앞서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을 “비인도적”이라고 공개 지적, 베네수엘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으나 최근 들어 절제적 어조로 직접 충돌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교황은 미국 현지 주교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간접적 방식의 메시지 전달을 택하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와 워싱턴, 뉴어크 대교구 소속 추기경 3명은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미국의 다자주의 훼손을 비판했는데, 이는 교황의 암묵적 승인을 통해 발표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직접 개입에 따른 정치적 부담은 피하면서도, 미국 가톨릭 교회와 트럼프주의 간 결탁 논란에는 선을 긋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적 변수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교황 방문이 국내 정치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교황청 고위 관계자들 역시 “중요한 선거가 예정된 해에는 교황의 해당 국가 방문을 자제해 왔다”고 밝히며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대신 레오 14세의 올해 해외 일정으로는 알제리 방문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그는 자신이 속한 수도회의 수호성인인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발자취를 따라 알제리를 찾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이와 함께 스페인 방문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카나리아 제도가 핵심 경유지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드리드의 호세 코보 카노 추기경은 “카나리아 제도 방문은 이주 문제에 대한 교황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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