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는 안 팔리고 ETF는 출혈 경쟁...고심 깊어가는 운용업계
||2026.02.09
||2026.02.09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순자산 3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ETF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보수 인하 경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5년 한해 동안 국내 공모펀드 시장(MMF 제외)에 유입된 자금의 60% 이상이 ETF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공모펀드 시장 전체 순유입액 약 100조원 중 61조원 가량이 ETF로 향했다. 과거 펀드 시장의 주류였던 액티브 주식형 펀드가 수익률 부진과 불편한 가입 절차로 외면받는 사이 ETF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메운 결과다.
특히 지난달 30일 기준 ETF 순자산총액은 348조4574억원으로 지난해 말 297조1401억원 대비 51조3173억원(17.27%) 늘었다. 400조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장의 무게추가 완전히 ETF로 기울면서 공모펀드 시장은 사실상 'ETF 천하'가 됐다.
문제는 시장이 커질수록 운용사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출혈 경쟁이 '제 살 깎아먹기'식 보수 인하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사들은 미국 대표 지수 추종 ETF나 파킹형 ETF의 총보수를 0.01% 수준까지 낮췄다. 일부 운용사는 보수를 연 0.0099% 수준까지 인하하며 0.01% 벽마저 허물었다.
업계에서는 운용보수가 0.01% 수준인 상품의 경우, 투자금 1조원을 모아도 운용사가 가져가는 1년 수익은 1억원 수준에 불과해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일반 주식형 펀드의 경우, 통상 연 0.5~0.7% 수준의 운용보수를 받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도 일반 펀드 1000억원을 굴리는 것이 ETF 1조원을 굴리는 것보다 운용사 수익이 더 클 수 있다.
또 ETF는 추종하는 지수(코스피, S&P500 등) 사업자에게 지수 사용료를 내야 하고 치열한 점유율 경쟁 때문에 브랜드 광고, 이벤트 비용, LP(유동성 공급) 비용 등 오히려 나가는 돈이 많아 팔수록 손해인 구조다.
ETF 시장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서도 운용사들의 실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위기감을 느낀 금융당국과 업계는 '공모펀드 직상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기존 공모펀드를 ETF처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지난해 10월 27일 첫 도입됐다.
이 제도를 통해 투자자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을 방문해 복잡한 가입 절차를 거치는 대신, 스마트폰 트레이딩 시스템(MTS)에서 기존 펀드를 'X클래스(상장클래스)' 형태로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판매 보수와 수수료 비용을 절감하면서 환매 주기를 대폭 단축시킨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공모펀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거래 편의성 개선을 넘어 운용 전략의 근본적인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F가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일반 공모펀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ETF와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수적"이라며 "지수 추종을 벗어난 적극적 운용으로 ETF가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공모펀드의 포트폴리오 차별화 수준이 높을수록 펀드 자금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ETF와의 보유종목 중복도가 낮을수록 투자자의 신규 자금 유입이 증가하거나 자금 유출이 적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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