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에서 마주한 인류 최후의 발명, AGI [윤석빈의 Thinking]
||2026.02.09
||2026.02.09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 모인 글로벌 리더들의 시선은 구글 딥마인드와 앤트로픽, 즉 ‘제미나이’와 ‘클로드’를 탄생시킨 두 주역에게 쏠렸다. 데미스 허사비스와 다리오 아모데이가 벌인 이번 대담은 단순한 기술 전망을 넘어,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마지막 임계점이라 불리는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와 그 이후의 ‘인류 생존 로드맵’을 정면으로 다뤘다.
자기 개선 루프가 당기는 기술의 방아쇠
두 거장은 AGI 도달 시점을 두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매우 공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머지않아 노벨상 수상자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춘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를 분기점으로 꼽았다. 그 근거는 인공지능(AI)이 스스로 코드를 짜고 연구를 수행하며 다음 세대 모델을 개발하는 ‘자기 개선 루프(Self-improvement loop)’에 있다. 이미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코드를 직접 짜기보다 AI가 만든 코드를 편집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이는 기술 발전 속도가 지수적으로 가속화됨을 의미한다.
반면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보다 신중한 과학자의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코딩이나 수학처럼 디지털상에서 즉각 검증 가능한 영역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겠지만, 실험적 검증이 필요한 자연과학 분야나 새로운 가설을 스스로 도출하는 '최고 수준의 과학적 창의성'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AGI 도달 확률을 절반 정도로 보면서도 실질적인 완성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내다봤다.
화이트칼라의 종말과 인턴십이 사라진 시대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경고였다. 아모데이는 가까운 시일 내에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사라질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한 공포 조성이 아니라, 실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현장에서 목격되는 인력 수요의 변화를 근거로 한다. 이러한 변화는 교육과 커리어의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허사비스는 현재의 대학생들에게 전통적인 인턴십에 매달리기보다 AI 도구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지(AI-Native)가 커리어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는 AI가 주니어급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하며, 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뽑아 교육하던 기존의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뜻한다.
기술적 사춘기의 위험 요소와 통제권의 상실
다리오는 현재 우리가 처한 시기를 칼 세이건의 영화 '콘택트'의 표현을 빌려 '기술적 사춘기'라 명명했다. 인류가 반도체로 지능을 만드는 능력에는 근접했지만, 그 거대한 힘을 다루는 방식은 아직 미숙하다는 것이다. 두 수장은 공통적으로 생물 테러리즘과 같은 AI의 악용, 그리고 국가 간 지정학적 경쟁 속에서 안전 가이드라인이 무너지는 현상을 우려했다. 특히 아모데이는 지정학적 적대국에 고성능 칩을 판매하는 행위를 핵무기를 판매하는 것과 같은 위험한 결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인류가 공동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 기준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다.
에이전트 경제와 소버린 AI의 시대적 과제
이번 다보스 토론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이제는 단순히 더 큰 AI 모델을 만드는 경쟁을 넘어,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의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AI가 실행한 업무 결과에 대한 법적·윤리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거버넌스 설계가 시급하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실존적 위협으로 언급한 만큼, 독자적인 AI 인프라와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의 보안 체계 구축은 국가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시간이 더 필요한 인류를 위하여
다보스 대담의 흥미로운 결론 중 하나는 두 거장 모두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예측보다 조금 더 천천히 진행되는 것이 인류 사회에는 훨씬 이로울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는 사실이다. 기술이 인류의 적응 속도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위대한 필터'를 통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AGI가 가져올 생산성의 축복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상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술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신뢰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AGI 이후의 세계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으며, 그 문을 여는 열쇠는 기술이 아닌 인류의 지혜에 달려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윤석빈 트러스트 커넥터 대표는 서강대 AI·SW 대학원 특임교수로 36Kr 코리아 고문, 투이컨설팅 자문과 한국 경영학회 디지털 경영 공동위원장, 법무 법인 DLG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오라클과 한국 IBM 등 IT 업계 경력과 더불어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산학협력 교수로도 활동했다.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인공지능보안 전공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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