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떠받친 롯데 실적, CEO 성과 평가는 이제부터
||2026.02.08
||2026.02.0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단행한 고강도 쇄신 인사 이후, 주요 계열사들의 2025년 연간 실적이 잇따라 공개됐다. 유통 부문을 중심으로 새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실적이 온전히 반영되는 해인 만큼, 올해 성적표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성과 평가에 핵심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쇼핑, 백화점이 이끈 실적 반등…재무 부담은 숙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방어하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롯데쇼핑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3조7384억원, 영업이익 547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5.6% 증가하며 수익성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당기순이익도 73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다만 실적 개선의 상당 부분은 백화점 부문에 집중됐다. 2025년 백화점 영업이익은 5042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92% 이상을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 소비 확대와 대형점 중심의 집객 효과, 베트남 사업 실적 개선이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렸다. 반면 비백화점 사업군은 손실 축소 수준에 그치며 부진이 이어졌다.
같은 기간 할인점(마트)은 7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슈퍼 부문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전년 대비 73% 급감했다. 홈쇼핑과 컬처웍스 역시 실적이 악화됐다.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판관비 효율화에 힘입어 영업적자를 685억원에서 294억원으로 크게 줄였지만, 매출은 1089억원으로 9.1% 감소했다. 온·오프라인 연계와 버티컬 커머스 전략이 실제 흑자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재무 부담은 여전히 크다. 롯데쇼핑의 2025년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14조3000억원, 차입금 의존도는 37.4%에 달한다.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차입 구조 관리에 나섰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실적 개선 흐름이 둔화될 경우 재무 부담 완화도 제한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음료도 부진…원가 부담·소비 둔화 직격탄
식음료 계열사들의 지난해 성적표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5년 매출 3조9711억원, 영업이익 1672억원으로 각각 1.3%, 9.6% 감소했다. 주류 매출 비중은 18.9%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20% 아래로 내려갔다. 음료(-6.4%)와 주류(-7.7%) 판매량 감소에 더해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롯데웰푸드는 매출 4조216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코코아 가격 급등 등 원가 부담이 겹치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3% 감소했다.
석유화학 장기 부진…신사업 성과도 아직은 ‘미완’
석유화학 부문은 장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 여파로 2022년 이후 4년 연속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5년 매출은 18조4830억원, 영업손실은 9436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7.1%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91억원 늘어나며 2년 연속 9000억원대 적자가 이어졌다. 대산·여수 단지 구조조정과 고부가 제품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황 회복 없이는 단기간 내 실적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부진은 재무지표 악화로 직결됐다. 2025년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76.4%로 전년 대비 3.5%포인트 상승했고, 순차입금 비율도 38.1%로 3.2%포인트 높아졌다.
그룹 신사업을 담당하는 롯데이노베이트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신사업 부문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5년 매출은 1조1703억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14억원으로 22% 증가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 플랫폼 EVSIS와 메타버스 플랫폼 칼리버스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지속됐다. 회사가 제시한 ‘2028년 신사업 매출 비중 20% 확대’ 목표 역시 고강도 사업 구조 재편 없이는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강조한 ‘질적 성장’이 올해 주요 계열사 실적과 재무 지표에 어떻게 반영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각 계열 CEO가 맡은 사업에서 실제 성과를 얼마나 만들어내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수익성 개선과 재무 부담 관리가 숫자로 증명되지 않으면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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