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가격 공세 막은 기아, BYD ‘돌핀’ 투입으로 2차전 벌어져
||2026.02.08
||2026.02.08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촉발된 국내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기아가 1월 판매 실적을 통해 일정 부분 방어에 성공했다. 다만 BYD가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을 국내 시장에 투입하면서 경쟁 구도는 가격 중심에서 차급 중심으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소형 전기차 라인업의 공백이 시장 경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는 2025년 말부터 한국 시장에서 모델 3와 모델 Y의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추며 전기차 가격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중국 생산 ‘모델 3 퍼포먼스 AWD’에 최대 940만원의 할인을 적용하는 등 수입 전기차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가격 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맞서 현대차·기아도 체감 가격을 낮추기 위한 프로모션과 트림 조정에 나서며 방어에 나섰다.
가격 경쟁이 본격화된 지난 1월, 기아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동월 기준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기아는 지난 1월 한 달간 전기차 3628대를 판매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기준 196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 기아가 테슬라를 약 1600대 앞섰고, BYD와의 격차는 2000대 이상으로 벌어졌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가격 인하와 차급 보강을 병행한 전략이 잠재 수요를 실구매로 전환시키는 데 주효했다고 평가한다. 기아는 1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 롱레인지’와 ‘EV6’의 가격을 각각 280만원, 300만원 인하했고, ‘EV5 스탠다드’ 모델을 새롭게 추가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테슬라 모델 3·모델 Y와 직접 경쟁하는 차급의 가격을 낮춰 수요를 흡수한 전략이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V5 스탠다드 모델은 보조금 적용 시 실구매가가 3400만원대로 형성된다. 모델 Y(4990만원)나 BYD 씨라이언7(4000만원 초반대)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뚜렷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초기 비용이 낮아지면서 관망하던 수요가 움직였다”며 “연식 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면서도 가격을 동결한 점도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기아는 EV5 스탠다드 출시와 함께 EV3, EV4, EV9 연식 변경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재정비했다. 특히 고가 이미지로 수요가 제한적이었던 EV9에는 신규 엔트리 트림 ‘라이트’를 추가해 진입 가격을 낮췄다. 가격 경쟁 국면에서 차급과 트림을 세분화해 대응한 셈이다.
다만 이러한 방어가 2월 이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BYD가 소형 전기 해치백 ‘돌핀’을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경쟁 구도가 다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아직 소형 전기 해치백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BYD가 해당 공백을 정조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BYD는 5일 돌핀을 국내에 출시하며 전기 SUV와 세단에 이어 해치백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돌핀은 글로벌 시장에서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긴 BYD의 대표적인 볼륨 모델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다.
국내에는 기본형 ‘돌핀’과 고성능 사양인 ‘돌핀 액티브’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돌핀 액티브는 최고 출력 150킬로와트(kW)를 발휘하며, BYD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플랫폼 3.0’과 블레이드 배터리를 적용해 1회 충전 시 최대 354킬로미터(㎞) 주행이 가능하다. 판매 가격은 보조금 적용 전 기준으로 돌핀 2450만원, 돌핀 액티브 2920만원이다.
차체 크기와 가격대를 고려하면 기아는 EV3로 돌핀에 대응해야 한다. EV3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최대 501㎞로 성능 면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가격 차이가 1000만원 이상 벌어지는 만큼 가격 경쟁력에서는 돌핀이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BYD가 경쟁사들이 갖추지 못한 소형 전기 해치백을 앞세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돌핀이 안정적인 판매 흐름을 이어갈 경우, BYD가 언급해온 ‘연간 수입차 판매 1만대 클럽’ 달성 가능성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와의 가격 경쟁 국면에서는 기아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대응했지만, BYD의 등장은 경쟁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다”며 “이제는 가격 인하보다 어떤 차급을 얼마나 촘촘하게 채우느냐가 시장 판도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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