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증권사 발행어음… 고금리로 예태크족 노린다
||2026.02.08
||2026.02.08
# 직장인 김모(35)씨는 결혼을 앞두고 1년 내 사용할 결혼자금 5000만원을 굴릴 방법을 찾았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대 초반이라 아쉬웠고, 증시가 좋아 보이나 단기 변동성이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증권사 발행어음 상품을 알게 됐다. 원금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고 상품에 따라 연 4% 안팎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김씨는 “주식처럼 매일 가격을 볼 필요도 없고,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높아 단기로 자금을 운용하기에 적당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최대 4%대 금리의 발행어음을 앞세워 예태크족(예·적금+재테크) 공략에 나섰다. 현재 6곳의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가운데 조만간 신한투자증권까지 합류하면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전망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오는 9일 발행어음 1호를 출시할 예정이다. 수시형 금리는 2.5%, 약정형(1년물) 금리는 3.3%다. 상품 한도는 수시형 총 500억원으로, 1인당 5억원까지 가입 가능하다.
신한투자증권은 첫 상품 출시를 기념해 특판형 상품도 내놓는다. 특판형 상품 금리는 4%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200억원 한도로 1인당 1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가 약정한 수익률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의 경우 금융위 인가를 받아 자기자본의 최대 200% 한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 투자자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퇴직연금 계좌에서 발행어음을 매입하면 증권사는 해당 자금을 기업금융 등 다양한 금융투자에 활용하고 만기 시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내 발행어음 사업자는 미래에셋·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4곳뿐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추진해 신규 사업자 인가를 받았고 키움·하나·신한투자증권 3곳이 인가를 획득했다. 이 중 키움증권이 지난해 12월 첫 상품을 출시했고 하나증권은 지난달 1호 상품을 선보였다.
특히 새로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은 공격적인 금리 혜택과 특판 상품을 내세워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발행어음은 수시형·약정형·적립형으로 나뉘는데, 신규 사업자인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수시형·약정형에서 금리 우위를 보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수시형 2.45%, 약정형(1년물) 3.25%로 7곳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하나증권은 수시형 2.4%, 약정형 3.2%로 뒤를 이었. 다만 신한투자증권이 상품을 출시하면 키움증권보다 수시형·약정형에서 각각 0.05%포인트씩 높다.
기존 사업자도 금리를 높이면서 대응에 나섰다. 2017년 가장 먼저 발행어음 시장에 진출한 한국투자증권은 수시형 금리를 소폭 하향 조정한 대신에 약정형 금리를 구간별로 인상해 1년물 기준 연 3.2%까지 높였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수시형 2.1~2.15%, 약정형 3~3.05%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적립형 상품에서 4.35%를 제공해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 예금이 대부분 2%대 금리를 제공하면서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발행어음을 내세워 고객 모으기에 나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연 2.55~2.9%로, 전월 금리 수준인 연 2.85~3%보다 0.1~0.3%포인트 떨어졌다.
나아가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지난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뒤 승인 절차를 밟는 중이어서 앞으로 증권사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고 진출에 나서고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기업 금융, 대체투자 등 수익률이 높은 부문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은행보다 높은 금리 경쟁력으로 발행어음을 제공함으로써 자금 조달 원활하게 하고 있다”며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자산관리(WM) 역량과 수익을 판가름하는 운용·기업금융(IB) 역량에 따라 각사마다 수익성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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