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재인상 초읽기… 긴장 고조되는 車 업계
||2026.02.07
||2026.02.07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다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가 다시 관세 영향권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업계 전반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 인상은 아직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지만, 업계는 이미 이를 전제로 한 대응 전략 검토에 들어간 분위기다. 미국 행정부가 관세 인상안을 연방 관보에 공식 게재할 경우 단기간 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세 리스크가 다시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미국 행정부가 관세 인상 내용을 연방 관보에 공식 게재하는 문제를 두고 관계 부처 간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관세가 실제로 25%로 인상될 경우 충격은 지난해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5년 글로벌 판매 확대와 고부가가치 차종 비중 증가로 사상 처음 합산 매출 300조원을 돌파했지만, 미국 관세 부담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은 뚜렷하게 둔화됐다. 현대차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5% 감소했고, 기아 역시 매출 114조1409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28.3% 줄었다.
양사의 2025년 합산 매출은 300조3954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지만, 합산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23.6% 감소했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익이 크게 줄어든 배경으로는 미국 관세 부담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아는 미국 법인 재고에 대해 약 두 달간 25% 관세가 반영됐다고 설명했고, 현대차 역시 관세 부담과 글로벌 인센티브 증가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관세가 다시 25%로 인상될 경우 현대차·기아의 연간 추가 부담이 최대 1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양사가 부담해야 하는 관세 비용이 10조8000억원까지 늘어나면서, 합산 영업이익이 18%가량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이나 비용 절감만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수준의 구조적 부담”이라며 “관세 인상은 곧바로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관세 부담이 단순한 실적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확대는 국내 생산 감소와 수출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25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01억5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2% 감소했다. 특히 관세와 미국 현지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맞물리면서 전기차의 대미 수출은 1만2166대로 전년 대비 86.6% 급감했다. 이는 2022년 이후 연간 기준 최저 수준으로, 전체 전기차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35%에서 4.6%로 급락했다.
이 같은 수치는 단기적인 수요 둔화라기보다 생산 거점 이동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비중이 큰 완성차 업체일수록 관세 회피를 위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고, 그만큼 국내 공장은 수출 물량 축소와 가동률 하락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국내 공장이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생산 감소는 협력업체 물량 축소와 고용 위축으로 연쇄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관세가 다시 인상될 경우 이러한 흐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일부 차종의 생산 이전에 그치지 않고, 미국 시장을 겨냥한 주력 차종 상당수가 현지 생산으로 전환될 경우 국내 생산 기반은 회복 동력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라 생산 축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강요하는 변수”라며 “현지 생산이 한 번 자리 잡으면 국내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리스크가 커진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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