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실용적 전동화’로 눈돌리는데…전기차에 목매는 韓
||2026.02.06
||2026.02.06
美,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및 규제 완화 '급격한 속도조절'
프랑스·독일·영국, 하이브리드·연비 개선으로 역할 분담
'전기차 보급' 외에 대안 없는 한국…제도 유연화 필요

글로벌 주요국이 탄소감축을 위해 전기차만 고집하던 기조를 내려놓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100% 전기차 전환이 쉽지 않은 만큼, 연비 개선, 하이브리드차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서다. 올해 NDC(온실가스 감축목표) 수준을 크게 높인 우리 정부의 경우 여전히 전기차 보급을 고집하는 가운데,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전문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주요국 자동차 환경정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있다. 지난해 8월 EPA(환경보호청)는 2009년 온실가스 위험성 판정 자체를 철회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NHTSA(도로교통안전청)는 전기차를 연비기준 산정에서 제외하는 등 규제 재설계에 나선 상황이다.
전동화 전환에 가장 앞장서왔던 유럽도 최근 '유연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는 2035년 신차 배출 제로 목표는 유지하면서 2025~2027년 구간을 연도별이 아닌 3개년 평균으로 평가하는 완충장치를 도입했다.
단기 시장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장기 방향성은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2035년 목표를 100% 감축에서 '90% 감축+10% 상쇄'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독일의 경우 교통부문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매년 미달되자, 아예 정책을 수정했다.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교통부문 미달분을 전력·에너지 전환 부문의 초과 감축으로 상쇄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자동차 산업에 감축 부담을 집중시키는 방식의 한계를 인정한 사례다.
영국 역시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하면서도, 크레딧 차입·이월 기간 확대, 부담금 완화 등 유연성 장치를 지속 보완하고 있다.
2035년 승용차 신차판매의 100%를 전동화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일본의 경우, 이 목표에 '하이브리드'를 포함시키면서 역할을 분담시켰다. 전기차로의 급격한 전환이 아니라 하이브리드·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차 등 다양한 기술 경로를 인정하는 '기술중립' 원칙을 채택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2013년 대비 2035년에는 60%, 2040년에는 73%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작년 기준 일본 내 전동화 차량 판매비중은 63.1%로, 하이브리드가 60%를 차지했다. 전기차는 1.6%에 불과하지만, 하이브리드 보급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각국이 온실 가스 감축의 선택지를 늘리는 반면, 한국의 경우 '전기차 보급'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도가 '연도별 목표'에 경직돼 있어 시장 변동성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자동차 환경 정책도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전기차 몇 대 보급'이라는 수치에만 매몰될 경우, 시장 왜곡과 목표 미달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지난 5일 친환경차분과 전문위원회에서 "최근 세계 주요국은 전기차 수요 부진과 산업 보호를 이유로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며 현실적인 정책 노선으로 전환하는 추세"라며 "과도한 규제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전기차 의존도 및 국내 유입을 가속화 시켜 내수시장이 잠식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저탄소 연료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친환경차 믹스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의 구매력과 충전 인프라의 지역적 격차를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차량은 실질적인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유지하면서 전동화 전환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란 평가다.
김철환 이노씽크컨설팅 상무는 "우리나라도 전동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외생변수(자동차 시장 상황의 급변, 통상 관련 문제 발생 등) 발생 시 조건부 완충 장치를 제도화하는 등의 유연한 제도 운영을 통해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목표의 방향성은 유지하되 실질적인 탄소 감축 기여도를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역할을 정량적으로 인정하고, 배출감축 경로 상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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