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높아진 문턱에… 중금리대출 수요 카드사로 몰려
||2026.02.05
||2026.02.05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이후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 자금 수요가 카드사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공급은 40% 가까이 감소한 반면, 카드사의 취급액은 25% 넘게 늘었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하반기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4조4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3조4879억원 대비 27.0% 증가한 수치다. 반년 만에 1조원 가까이 늘어나며 뚜렷하게 증가했다.
카드사 연간 취급 규모는 총 7조9188억원으로 이중 삼성카드가 2조60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카드 1조6464억원 ▲KB국민카드 1조4294억원 ▲현대카드 1조2960억원 ▲롯데카드 7201억원 ▲우리카드 4825억원 ▲하나카드는 283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 업권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3조3785억원으로, 상반기 5조4891억원 대비 38.5% 감소했다. 업권 전체 공급 규모가 2조원 이상 줄며 시장 위축이 두드러졌다.
중금리대출은 일반적으로 연 10~16% 수준의 금리가 적용되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이다. 은행권 신용대출보다는 금리가 높지만, 카드론이나 대부업 상품보다는 부담이 적어 서민금융과 일반 금융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금융당국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에게 업권별 금리 상한 이내의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공급할 경우 이를 민간 중금리대출로 인정하고 있다.
업권별 격차가 확대된 배경으로는 대출 규제 환경 변화가 꼽힌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그동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던 카드론이 관리 대상에 포함되면서, 카드사들의 고금리 대출 확대가 어려워졌다. 이에 카드사들은 카드론을 대체할 수익원으로 중금리대출을 선택했다.
정부의 금융포용성 강화 정책도 카드사 중금리대출 확대 유인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민간 중금리대출을 취급할 경우 잔액 일부를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감독 시행세칙을 개정해 예대율 산정 시 민간 중금리대출의 10%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강화했다.
반면 저축은행 업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 부담이 지속되면서 중금리대출 확대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중금리대출이 가계대출 규제에서 명확히 제외되지 않는 한 인센티브만으로는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PF 부담으로 건전성 관리에 보다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행 인센티브만으로는 민간 중금리대출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도 카드사 쏠림 현상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765조813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8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1.8%에 그친 점을 감안해 올해는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보다 우량 기업대출과 고소득자 중심 여신에 집중하면서, 대출 문턱에 막힌 영세 자영업자들의 자금 수요가 카드사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과 저축은행의 보수적 여신 기조가 유지되는 한 카드사 중심의 중금리대출 확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금리 차주가 특정 업권에 집중될 경우 연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정교한 정책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확대에 따른 건전성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이 중금리대출을 대체 상품으로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금리대출은 카드론보다 금리가 낮아 차주 부담이 적고, 카드사 입장에서도 카드론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리가 용이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은 PF 부담과 규제 환경으로 여력이 부족한 반면, 카드사는 상생금융 성격까지 고려해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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