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애를 넘다] “일하는 만족감이 더 큽니다” 장애인들이 말한 진짜 복지
||2026.02.04
||2026.02.04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해준(32, 뇌전증에 의한 경증 장애)
수급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일하는 만족감이 더 큽니다. 열심히 일해서 생계를 책임지고 싶어요.
장현주(26, 중증 발달장애)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서울 잠실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강남지부. 건강검진센터 기초 검사 부스 한쪽에서 ‘착, 착, 착’ 서류를 빠르게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건강검진 보조원인 이해준씨가 수검자의 검사 시트를 보며 하나하나 확인하고 있었다. 왼손으로 서류를 넘기고, 누락된 시트는 오른손으로 다시 끼워 넣었다.
‘인터뷰를 하시죠’라는 기자의 말에, 이씨는 서류 더미를 보여주며 “여기까지만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답하며 서류를 챙겼다.
◇특화 일자리→민간 채용 전환... 근로의 만족감
이씨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시의 ‘맞춤형 특화 일자리 사업’(특화 일자리)을 통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1시까지, 하루 4시간 근무한다. 건강검진 시트 확인·정리, 소변검사 컵 조립 등 검사에 필요한 준비 작업과 물품 운반이 그의 주된 업무다.
당초 특화 일자리는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근무 3개월째인 9월에 건강관리협회로부터 ‘계속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협회 관계자는 “근태가 성실했고 업무 적응성도 뛰어났다”며 “시 지원 기간이 3개월 더 남아 있었지만, 그와 무관하게 계속 같이 근무하길 원해서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뇌전증에 의한 경증 장애가 있는 이씨는 과거 인력 공급 사업체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재택근무를 하며 장애인 일자리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장애로 인해 장시간 외부 근무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특화 일자리를 통해 상담을 거쳐 내 성향과 역량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서울 학동 서울세관 별관 1층 카페 ‘아이갓에브리씽’에선 장현주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아이갓에브리씽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중증장애인에게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운영하는 카페다. 서울세관점은 아이갓에브리씽 100호점이다.
발달장애 중증 장애인인 장씨는 이 곳에서 아침 11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바리스타로 근무한다. 커피 등 음료를 만드는 것부터 재고 관리, 매장 정리까지 도맡아서 한다. 작년 9월 중순부터 특화 일자리를 통해 일하기 시작했고, 1개월 반 만에 민간 채용으로 전환했다.
장씨는 “특화 일자리는 하루에 4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었지만, 민간 채용 이후 근무 시간이 6시간 반으로 늘었다”며 “수입이 늘어서 만족스럽다. 8시간 근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씨의 어머니와 동생도 장애가 있다. 장씨 가정은 정부 보조금으로 가계 생계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장씨의 근로소득으로 인해 보조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장씨는 수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직접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김훈 종로장애인복지관 일자리지원팀장은 “장씨는 스스로 일해 가정을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근로 의지와 책임감을 높이 평가해 특화 일자리 기간이 남아 있었음에도 직접 채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권리 중심 일자리, 집회·시위 등 악용... 맞춤형 일자리로 개편
서울시는 2030년 장애인 공공 일자리 1만2000개 확보를 목표로 일자리 사업 예산을 늘리고 있다.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 근로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찾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향이다.
그 중심에 ‘맞춤형 특화 일자리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과거 ‘권리 중심 일자리 사업’을 개편한 것이다. 권리 중심 일자리는 장애인들이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식개선 등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다만, 최중증 장애인의 자립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시위 참여 등으로 운영됐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서울시가 실태조사를 한 결과, 참여자의 50.4%가 집회·시위 캠페인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장애인 단체 산하 기관이 전체 수행 단체의 85%를 차지해 사실상 독점 운영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서울시는 2024년부터 민간 노동시장 변화와 장애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일자리 체계로 사업을 전면 개편했다. 진짜 일을 공급하겠단 것이었다.
지난해 41억3892만원이었던 특화 일자리 예산은 올해 61억7071만원으로 약 50% 늘었다. 올해 총 380개의 일자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참여자는 하루 4시간, 주 5일 근무하며 월 보수는 약 108만원으로 전액 시비에서 지급된다.
◇서울시 “장애인 예산, 비용 아닌 투자”
서울시는 특화형 일자리 사업 기획단계부터 중증장애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확보와 직무 발굴에 주력했다. 단기 고용에 그치지 않고 민간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애인의 의무고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체를 적극 발굴했다.
직종도 카페, 병원, 교육기관, 제조, 정보기술(IT) 등 실질적인 취업 연계가 가능한 사업체를 찾았다. 이씨와 장씨는 민간 채용으로 전환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울시는 올해 최중증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일자리를 120개도 새로 공급한다. 기존 장애인 문화예술 일자리가 여가 중심이라는 지적을 반영해, 공연과 창작물 판매 등 실질적 생산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포용적 도시 서울을 목표로 장애인의 지속 가능한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며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장애인 예산을 매년 10%씩 증액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님만을 위한 맞춤 차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