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톡톡] “우리가 호구냐” 정부 1·29 공급에 용산·노원·과천 반발

조선비즈|김양혁 기자|2026.02.03

“용산구가 호구입니까?”

정부가 1·29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자, 용산구 홈페이지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을 추진 중인 지역을 아파트 위주로 개발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후보지로 내세운 노원구(태릉CC), 경기 과천시(과천경마장·방첩사) 등에서도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지역들은 정부가 수도권에 공급할 예정인 주택의 핵심 요지로 꼽힙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9일 도심에 총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판교 신도시 2개 규모로,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달합니다.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모습. /뉴스1
서울 용산구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모습. /뉴스1

특히 태릉CC와 국제업무지구(용산 캠프킴)는 문재인 정부 시절 8·4 공급 대책에도 포함됐던 곳으로 주민 반발과 각종 환경·행정 문제로 제동이 걸렸던 부지들입니다.

이렇게 정부의 계획이 현실화하려면 지자체와의 조율이 필수입니다. 발표 직후부터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공통적입니다. 이미 도로 등 기반 시설 포화 상태인데, 교통·교육 등 후속 대책 없이 ‘물량 공급’만 앞세우면 생활 불편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용산 인근 간선도로인 강변북로는 하루 평균 22만3105대의 차량이 오갑니다. 용산 진입 관문인 한강대교에도 8만8794대가 몰립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을 지나 흐르는 중랑천이 범람해 동부간선도로 차량통행이 통제된 모습. /뉴스1
서울 노원구 월계동을 지나 흐르는 중랑천이 범람해 동부간선도로 차량통행이 통제된 모습. /뉴스1

과천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과천대로(남태령)의 하루 교통량은 6만6465대에 달합니다. 노원구 사정도 비슷합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문모씨는 “태릉CC 인근은 북부간선도로와 동부간선도로 진출입 구간이 맞물린 상습 정체 지역”이라며 “구리, 남양주 등 인근 지역 개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6800가구가 추가로 들어서면 교통 혼잡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이처럼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지자체장들도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검증 없는 일방적 부지 선정은 (문재인 정부의)8·4 대책의 데자뷔”라며 “대통령이 말하던 그 순간에도 집값은 계속 올랐다”고 했습니다.

또 오 시장은 정부가 문화재 가치 훼손을 이유로 종로구 세운지구 개발을 반대하면서 세계문화유산과 접해 있는 태릉CC에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 /뉴스1

다른 지자체들도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발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주거 공급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 사업”이라며 “자치구와 주민 협의 없는 물량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노원구 역시 “주택 공급 의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 개발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정부는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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