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년 여성 끌어 모은 ‘베일 벗은 영부인’… 다큐멘터리 ‘멜라니아’ 기록적 수익
||2026.02.03
||2026.02.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북미 극장가에서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정치·경제에 걸친 강한 파급력을 증명하고 있다.
주류 영화 비평가들은 작품성을 두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층과 중장년 여성들이 대거 극장으로 몰리면서 단순한 영상 콘텐츠 소비를 넘어선 사회적 신드롬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멜라니아라는 인물이 지닌 독특한 상징성과 정교한 미디어 전략이 결합해 미국 미디어 산업이 정치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2일(현지시각) 문화 평론지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는 첫 주말 동안 북미에서만 약 700만 달러(약 101억 원) 규모 입장권 판매 실적을 올렸다. 비(非)음악 다큐멘터리 장르에서 최근 10여 년 사이 가장 좋은 개봉 주말 성적이다.
이 작품은 아마존이 인수한 MGM 스튜디오가 판권 확보에 4000만 달러를 투입했고, 마케팅 비용으로 3500만 달러를 추가로 썼다. 총 제작·홍보비로 7500만 달러(약 1080억 원)가 들었다. 그러나 당초 주요 흥행 예측 업체들은 이 작품이 지닌 강한 정파성을 근거로 수익이 30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들인 자금 대비 4~7% 수준이다.
그러나 개봉 결과는 예측치를 비웃듯 시장 기대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이는 보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관객층 구매력이 주류 평단 분석보다 훨씬 강력했음을 입증한다.
흥행 견인 핵심 동력은 미국 중장년 여성층으로 나타났다. 시장 분석 기관 프랜차이즈 엔터테인먼트 리서치 조사를 보면 관람객 중 72%는 여성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83%는 4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15세에서 44세 사이 남성 관객을 주 타깃으로 삼는 주류 영화 시장 관습을 고려하면 극히 이례적인 지표다. 이들은 멜라니아를 단순한 정치인 배우자가 아닌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역할 모델로 받아들였다. 버라이어티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처럼 특정 연령대 여성이 다큐멘터리 흥행을 주도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멜라니아를 향한 강력한 선망이 실제 구매 행위로 이어졌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시점에서 이 다큐는 오히려 정치적 우회로로 작용했다. 최근 미니애폴리스 등지에서 연방 이민단속국(ICE) 요원에 의한 총격 사건이 잇따르자 일부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트럼프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서는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감지됐다.
그에 비해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상대적으로 정치적 소음을 배제한 인물 중심 서사와 멜라니아가 유지하던 고유한 이미지 덕분에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두드러진 흥행 성과를 냈다. 특히 공화당 지지 기반이 강한 플로리다와 텍사스 지역 극장에서는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개인적으로 시청하는 대신, 극장이라는 공적 공간을 선택한 행위 자체가 지지자 사이에서 공동체적 결속을 확인하는 정치적 이벤트가 됐다”고 분석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러 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붉은색 의상을 맞춰 입거나 지지 문구가 적힌 소품을 들고 극장을 찾았다. 영화 관람이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일종의 세력 과시이자, 정치 참여 수단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CNBC는 “이번 영화는 설득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이미 확고한 믿음을 가진 이들이 그 감정을 공유하고 강화하는 성소(聖所)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알맹이 없는 홍보 영상’이라는 혹평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오히려 지지층 결집을 부추기는 효과를 냈다. 주류 매체 공격을 받는 영부인을 지키겠다는 심리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비평적 실패가 반대로 상업적 성공을 견인하는 기묘한 역설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평론가 신선도 지수는 9%에 그쳤다. 반면 일반 관객 지지도는 99%에 달했다. 실제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네마스코어에서도 멜라니아는 A 등급을 받았다.
영화업계에서는 아마존이 이 영화에 투입한 거금 7500만달러를 두고, 단순한 영화 제작비라기보다 보수 진영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정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 비용이라고 분석했다. 연예 전문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프로젝트는 즉각적인 재무 이익보다 정치 역학 관계와 미디어 영향력 확보에 더 큰 비중을 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극장 개봉으로 자사 브랜드와 역량을 먼저 과시하고, 이후 아마존 프라임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관객을 유인하려는 계산된 포석이라는 의미다. 이는 빅테크 기업이 정치 지형을 상업 전략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WP는 ‘멜라니아 흥행 성공이 앞으로 선거 국면이나 정치 변곡점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 마케팅과 결합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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