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같은 플랫폼, 다른 목적… 기아 EV3·EV4의 ‘투트랙 전략’
||2026.02.03
||2026.02.03

먼저 시승한 EV4는 첫인상부터 날렵했다. 전장 4730mm의 긴 차체와 19인치 전면가공 휠이 주는 시각적 안정감은 실제 주행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세단 특유의 낮은 전고 덕분에 코너링이나 급차선 변경 시에도 차체가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이 SUV인 EV3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노면에 밀착해 미끄러지듯 나가는 감각은 준중형 세단이라는 차급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실내에서 느껴졌다. 드라이브 와이즈와 연동된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도심의 복잡한 내비게이션 정보를 선명하게 제시해 전방 주시를 도왔다. 차로 유지 보조 2 기능은 정체 구간에서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해 감속하는 과정이 내연기관 모델보다 훨씬 매끄러웠다. 제동 시의 울컥거림이 줄어들어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이 덜했다.

EV3로 갈아타고 글램핑장으로 향했을 땐 EV시리즈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세단인 EV4가 주는 안락함 대신 EV3는 SUV 특유의 탁 트인 시야와 머리 위 공간의 여유를 선사했다. 2열 무릎 공간은 소형 SUV임에도 중형급 못지않게 설계되어 캠핑 장비를 뒷좌석에 싣거나 사람이 타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현장에서 가장 빛났던 기능은 단연 V2L이다. 전기차 배터리 전력을 외부로 끌어 쓰는 이 기능 덕분에 별도의 파워뱅크 없이도 노트북 전원을 공급받아 야외에서 업무를 보거나 전열기구를 사용할 수 있었다. EV4에도 유틸리티 패키지로 포함된 사양이지만 SUV인 EV3의 수직적인 적재 구조와 결합했을 때 그 활용도는 배가됐다.
트렁크 공간 또한 실속이 넘쳤다. 세단인 EV4의 트렁크가 깊고 넓다면 EV3는 위로 높게 열리는 테일게이트 덕분에 부피가 큰 캠핑 박스를 싣거나 차박 모드로 전환하기에 훨씬 수월했다. 74%의 배터리 잔량으로 365km 주행이 가능하다는 계기판 수치는 에어컨과 V2L을 마음껏 쓰면서도 목적지까지 돌아갈 심리적 여유를 갖게 해주는 든든한 보험이었다.
기아 EV3와 EV4는 단순히 체급의 차이를 넘어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기준점을 제시한다. 정숙한 고속 주행과 감성 사양을 중시한다면 EV4가, 실용성과 야외 활동의 확장성을 중시한다면 EV3가 훌륭한 파트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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