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양자 시대’...보안 체계 근간 바꿀까
||2026.02.03
||2026.02.03
[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 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양자 종합계획'을 처음 내놓으면서 양자기술이 국가 보안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에는 국가 암호 체계 전반에 양자 기술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로드맵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가 차원의 '초안전 정보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이진법적 계산을 넘어 동시에 여러 상태가 함께 존재하는 양자역학을 활용한다. 기존 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0 또는 1로 처리하는 '비트'를 사용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쓴다. 비트가 단순히 0 또는 1 두 가지 상태 중 하나의 값만 가질 수 있는 데 반해 큐비트는 0과 1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이런 '중첩' 원리에 따라 큐비트가 커질수록 양자컴퓨터 연산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특히 양자 기술은 보안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보안에 활용할 수 있는 양자 기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양자암호키분배(QKD)를 통해 통신 과정에서 암호키 탈취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다. QKD는 양자역학을 활용해 더 복잡하고 안전한 암호키를 분배하는 기술로, 이론적으로는 탈취가 불가능한 구조로 평가된다.
또 다른 한 축은 양자내성암호(PQC)다.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암호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쉽다. 양자컴퓨터의 중첩 성능이 좋아질수록 기존 암호를 푸는 복호화 연산 속도도 빨라진다. 이에 양자컴퓨터를 악용한 해킹에 대응하려면 PQC는 꼭 도입해야 할 보안 체계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박춘식 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PQC는 보안 수준을 고도화한 새로운 '자물통'에 해당한다"며 "양자컴퓨터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PQC 기술 개발과 전환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를 중심으로 PQC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초 PQC 알고리즘 표준화를 완료하고 통신·국방·금융·교통·우주 인프라 등 국가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시범 전환을 확대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PQC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 컨설팅 기업을 육성하고, 관련 전문 인력 양성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부 주도의 PQC 전환이 민간으로도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공 부문에서 검증된 PQC 적용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 기업의 PQC 도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규모 시스템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과 기존 보안 체계와의 호환성 문제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박춘식 교수는 "정부의 계획이 아주 늦지는 않아 보인다"면서도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만큼 PQC 기술 확보는 물론 현장 보급 시기도 최대한 앞당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국회와 예산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후속 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국내 정보보호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양자 보안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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