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물가 범죄 엄단’... 檢 ’10조원대' 밀가루·설탕·전력 담합 줄기소
||2026.02.02
||2026.02.02
검찰이 밀가루·설탕·전기 등 민생 밀접 품목에서 수년간 짬짜미를 벌인 기업들을 공정거래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표이사급을 포함해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 수만 36명이다. 전체 담합 규모는 10조원에 달했다. 물가 안정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일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국민 생활필수품 담합 사건을 집중 수사한 끝에 법인 16곳과 개인 3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이날 밀가루 가격 담합 사건과 관련해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제분사 법인 6곳과 전현직 임직원 1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5년 9개월에 걸쳐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뿐 아니라 변동 폭과 시기 등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시장점유율이 높은 메이저 제분사 3곳이 회의를 통해 가격 인상 폭을 정하면, 이를 다른 중소 제분사들이 따르는 구조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밀가루 시장 전체적으로 가격 인상이 관철되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담합 규모는 5조9913억원에 달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제분사들의 내부 자료에는 이들의 치밀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령 서로 밀가루 가격을 1500원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면, A기업은 고객사에 2000원을 올리겠다고 통보한 뒤 500원을 내려주고, B기업은 1800원을 인상하겠다고 하다가 300원을 조정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 순서는 ‘사다리타기’로 정했다. 담합 구조 은폐를 위해 누가 먼저, 언제, 얼마를 올리고 내릴지까지 치밀하게 정해둔 셈이다. 내부 회의 녹취록에서는 ‘공선생(공정거래위원회)한테 들킬 수 있으니 앞으로는 연락을 자제하자’ 등의 대화도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제분사들이 치밀하게 짬짜미를 벌인 결과, 이들의 담합 기간 동안 밀가루 가격은 최고 42.4%까지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제분사들은 인플레이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유독 밀가루 가격만 더 많이 오르기도 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0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25년 9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7.06으로 17.06% 올랐으나, 같은 기간 밀가루 소비자 지수는 36.1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 지수는 28.82% 올랐다.
검찰은 “문제의 제분사들은 6년 가까이 국민 필수 식료품인 밀가루 가격의 폭과 시기를 담합해 부당 이득을 취득했다”며 “이로 인해 식료품 물가가 올랐고, 소비자인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검찰이 신속한 수사를 통해 제분업계 담합의 실체를 규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은 공정위가 먼저 조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검찰이 자체 첩보를 통해 작년 11월 26일 수사에 착수했고, 단 47일 만에 담합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검찰은 지난 1월 20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공정위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해 제분사 임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앞서 작년 11월 26일에도 설탕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 등 국내 설탕 시장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3개 회사와, 이들 기업의 임직원 11명을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제당 3사는 2021년 2월부터 작년 4월까지 4년간 3조2715억원 규모의 설탕 가격 담합을 실시했다.
올해 1월 20일에는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4개 전력 기기 제조사의 임직원 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한전이 발주하는 가스절연개폐장치 입찰 145건에서 사전에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담합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담합 규모만 6776억원에 달했다.
검찰의 민생 밀접 품목에 대한 담합 사건 수사는 이재명 정부의 ‘서민경제 교란 범죄 엄단’ 기조와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작년 9월 국무회의에서 “(생필품 가격 급등과 관련해) 업체 간 담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관계 부처에 적극적인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검찰은 “앞으로도 물가를 상승시켜 민생에 큰 피해를 초래하고, 시장 경제 질서의 근간을 위협하는 생필품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수사 역량을 집중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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