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300억 적자 기업도 OK”… 코스닥 메자닌 싹쓸이하는 대형 증권사
||2026.02.02
||2026.02.02
코스닥 상장사 에르코스는 최근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해 신규 시설 투자와 운영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 135억원 규모의 이번 CB 발행에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3년 적자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급락한 소프트웨어 업체 모아데이타에도 대형 증권사의 자금이 유입됐다. 시가총액이 300억원에 불과한 모아데이타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20억원 규모로 발행한 CB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했다.
코스닥 시장에 대형 증권사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과거 중소형 상장사가 신주나 메자닌(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주식과 채권의 중간자산) 발행을 통해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때 소형 증권사나 사채업자가 주를 이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형 증권사들이 직접 운영 및 시설 자금 공급원으로 나서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추세다.
한 코스닥 상장사 자금 담당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같은 소규모 상장사가 자금을 조달하려면 유명한 사채업자를 소개받거나 메자닌 투자에 특화된 상상인의 문을 두드리는 게 보통이었는데, 요즘엔 규모가 큰 금융사들이 알음알음 연락해 오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중소형 증권사나 자금력 있는 비제도권 투자조합의 리그로 여겨졌던 코스닥 상장사의 자금 조달에 대형 증권사의 활동이 확대된 것은 정부가 금융사들에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서면서부터다.
정부는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해 처음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종합투자계좌(IMA)를 운영할 수 있는 증권사로 선정했고,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증권사 수도 대폭 확대했다. 특히 정부는 IMA나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25%는 반드시 중소·중견·벤처기업이 발행한 증권 등 모험 자본에 공급하도록 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모험자본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명확하다”며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가 지난해부터 비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기업금융을 대폭 늘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정부가 요구한 모험자본 공급 비율을 맞추는 동시에 수익성 제고와 리스크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모험자본의 특성상 성공한다면 고수익이 기대되지만, 실패 위험이 그만큼 크다.
또 재무적인 리스크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구설에 오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상장사의 경우 불공정거래나 불법 행위에 연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문제가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 경우 증권사의 이미지나 신뢰도가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다방면으로 투자 심의를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험자본 활성화가 뜻밖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모험자본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일제히 자금을 투입하면서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IMA 사업자는 2곳, 발행어음 사업자는 7곳이고,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가 추가 지정될 예정이다.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가 자기자본 기준 최대 한도로 자금을 조달해 그중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증권사가 공급하는 돈만 40조원이 모험자본 시장에 유입된다. 다수 시장 참여자가 국내 모험자본 시장이 이를 흡수할 수 있는 규모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대형사들이 경쟁적으로 자금 공급을 늘리면 ‘눈먼 돈’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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