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없이 존재하는 키키의 자유로움 [MV 리플레이 ㉓]
||2026.02.02
||2026.02.02
핀터레스트 무드보드를 찢고 나온 소녀들…하음·키야 표정 연기가 보는 재미 더해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키키(KiiiKiii)는 1월 26일 EP 2집 '델룰루 팩'(Delulu Pack)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404 (뉴 에라)'(404 (New Era))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앨범의 세계를 영상으로 확장한 뮤직비디오에는 디바를 꿈꾸던 멤버들의 어린 시절을 마치 현실 기록처럼 포착해 '어릴 때 상상하던 나'라는 장면을 기묘하게 재구성한다.

줄거리
연습실에서 새해 카운트다운을 준비하는 멤버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2026년이 되자 초를 불고 '너는 무슨 소원 빌 거야?'라고 묻는 멘트가 나온다. 그렇게 시작되는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들의 어린 시절 모습들이 빠르게 지나가며 연습실과 하얀 스튜디오에서 여러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이 교차돼 보여진다.
그 다음 장면은 길거리로 나가 자유를 만끽하는 멤버들 모습이다. 멤버들은 미국 하이틴 스타일 옷을 입고 스케이트보드장에서 춤을 추거나 80년대 스타일로 변해 스탠딩 마이크 앞에서 노래 부르는 백보컬 아티스트로도 변한다.
멤버들이 되고 싶어하는 소원들은 끝나지 않는다. 화면에 지나가는 자막은 멤버들에게 힘드냐고 묻지만 곧바로 '안 힘들어. 다시 시작 할까'라는 답변이 뜬다. 멤버들은 여러 사람들과 즐겁게 춤을 추지만 결국 수이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수이가 눈을 뜬 곳은 맨 처음 흰색의 스튜디오. 스튜디오와 연습실로 돌아온 멤버들은 춤을 추다가 '너의 진짜 소원이 뭐야?'라고 묻자 바로 다음 장면에서 도로 한복판을 신이 나게 뛰어다닌다. 아까와 다르게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지막으로 초원으로 바뀐 배경에서 멤버들은 자유롭게 춤을 춘다.
해석
키키의 EP 2집 '델룰루 팩'은 키키의 2026년을, '현실은 잠시 내려두고, 원하는 나를 다시 재생하는 시간'으로 정의한다. 키키는 이번 앨범으로 망상도 계획이 되면 그건 새해 목표라는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누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로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존재한다는 의미를 유머·태도·상상·과장의 조합으로 풀어냈다.
시스템 속 에러 코드 '404'로 자신들을 표현해 이 오류가 결핍이 아닌 좌표 없이 존재하는 자유로 해석, 시스템 속엔 없어도 '나는 나로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표현한다. 정답을 찾기보다 일부러 길을 바꿔보는 사람, 틀 안에 들어가려 하기보다 바깥에서 더 잘 노는 사람. 2026년의 첫 페이지를 '나만의 방식으로 틀을 벗어나는 법'으로 열고 싶은 세대의 감각을 담아낸 곡이다.
뮤직비디오도 시스템이 규정한 정답에서 벗어나는 것이 낙오가 아닌, 새로운 세계의 확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오류 메시지를 자신들만의 언어로 재해석해 좌표가 없기에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는 자유로움을 증명해 보였다. 망상을 계획으로, 오류를 존재의 증명으로 치환하는 이들의 태도는 규격화된 삶에 지친 세대에게 기분 좋은 해방감을 선사한다. 2026년의 첫 페이지를 가장 '키키스러운' 방식으로 열어 젖힌 이들의 행보는 정해진 틀 밖에서 더 찬란하게 빛나는 법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있다.

총평
키키는 EP 1집 선공개곡 '아 두 미'(I DO ME)로 데뷔부터 인기를 끌었지만 이 당시 초원 위 자유로운 소녀의 느낌보다는 이후 SNS '핀터레스트' 특유의 몽글몽글한 분위기를 내세워 '아 두 미' 콘셉트를 유지해 달라는 아쉬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키키는 '지금의 나'로 존재하는 방식이 충분히 멋지다며 핀터레스트 감성을 키키만의 색으로 풀어냈고 결국 대중에게 통했다. '404 (뉴 에라)'는 1일 기준 애플뮤직 오늘의 TOP 100: 대한민국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노래의 콘셉트를 반영한 뮤직비디오 역시 트렌디한 연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바비인형 옷입히기를 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멤버들이 입고 나오는 2000년대 초반 무드를 살린 옷들과 그걸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연출을 보고 있자면 눈이 즐겁다.
특히 2000년대 팝스타를 연기하는 하음과 그 이후 나오는 키야의 클로즈업 장면은 '표정 연기로 씬을 살렸다'는 평을 얻고 있다. 다만 얼굴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쓰는 두 멤버에 비해 이솔 등 나머지 멤버들의 표정이 한정적인 점은 아쉽다.
그러나 같은 소속사 선배 걸그룹 아이브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자신들만의 색깔을 점점 분명하게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곡, 뮤직비디오인 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한줄평
좌표 없는 핀터레스트 감성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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