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애를 넘다] “30분 걸리던 길, 3분으로”… 휠체어 타고 본 까치산역의 변화
||2026.02.01
||2026.02.01
“아 뭐야, 바쁜데.”
지난 1월 26일 서울 지하철 2·5호선 까치산역. 휠체어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리프트에 몸을 싣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단 폭이 좁아지자 주변 시선이 쏠렸다. 리프트는 초속 3㎝ 속도로 느릿하게 움직였다. 10분 동안 기계에서는 ‘즐거운 나의 집’ 멜로디가 반복됐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까치산역은 지하 2~4층이 비어 있는 독특한 구조다. 지하철을 타는 승강장(지하 5층)에서 대합실(지하 1층)까지 에스컬레이터 길이만 41m에 달한다. 그동안 교통 약자들 사이에서는 이곳이 ‘동굴’로 불려왔다. 최근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추진해 온 ‘1역사 1동선’ 사업이 마무리되면서 동굴에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30분 걸리던 길, 3분으로 줄어
기존 동선대로라면 휠체어 이용자가 지상으로 나가는 길은 고행길과 다름없다.
지하 5층에서 리프트를 타고 지하 4층으로 올라간 뒤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야 한다. 다시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가기 위해 또 한 번 리프트를 이용해야 한다.
우선 지하 4층으로 가는 리프트를 타기 위해 역사 직원을 불렀다. 대기 시간만 약 3분. 리프트로 한 층을 오르는 데 4분이 걸렸다. 지하 4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도착하면 높이 18m의 출구 계단이 나온다. 여기서 다시 리프트를 탔다. 리프트는 10분 동안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그 10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계단을 급히 오르내리던 시민들은 갑자기 좁아진 통로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해 온 풍경이다.
지하 5층에서 지상까지 걸린 시간은 약 20분. 리프트가 탑승 시점에 있었기에 그나마 짧았다. 만약 반대편에 있었다면 10분이 추가돼 소요 시간은 30분이나 걸린다.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엘리베이터 간 거리가 160m에 달해 이용이 쉽지 않다. 까치산역 관계자는 “이 동선이 그나마 최단 거리”라며 “평균적으로 30분가량 걸린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에 새로 구축된 1역사 1동선을 이용해 봤다. 지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간 뒤, 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로 갈아타자 곧바로 지하 5층 승강장에 도착했다. 대기 시간을 포함해 3분 남짓. 편도 기준으로 27분, 왕복이면 1시간 가까운 시간이 절약된다. 리프트 이용 과정에서 느꼈던 심리적 부담과 주변 시선에서 벗어났다는 점도 달랐다.
◇18년간 1800억… “약자와의 동행” 결실
1역사 1동선 사업은 2007년 오 시장이 ‘지하철 이동 편의 시설 확충 종합 계획’을 발표하며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다. 2008년부터 18년간 1751억원을 투입해 79개 역의 동선을 개선했다.
까치산역은 이 사업의 마지막 역사다. 서울시는 ‘3분’의 동선을 만들기 위해 300억원을 투입했다. 상가와 전통시장이 밀집해 엘리베이터 설치할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 엘리베이터 옆을 파 지상에서 지하 5층까지 직접 연결하는 고난도 공법(ㄷ자형 지상 비개착 방식)이 적용됐다.
공사 과정도 쉽지 않았다. 굴착 도중 설계 당시 지질 조사 결과보다 훨씬 단단한 ‘초고강도 극경암’이 발견됐다. 서울시 토목부 관계자는 “협소한 공간에서 암반을 일일이 파쇄하고 파편을 직접 밖으로 실어 나르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공사는 1년 늦어졌고, 비용은 일반 설치비의 4~5배 수준으로 늘었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완료됐다.
오 시장은 “1역사 1동선 완성은 시민들의 요구에 정책으로 답한 결과”라며 “이동은 선택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하는 권리, 이번 사업으로 서울 지하철이 차별 없는 보편적 접근성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1역사 1동선 프로젝트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주요 환승역 13곳에 승강기를 추가로 설치해 교통 약자의 평균 환승 시간을 현재 23분에서 10분 이내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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