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특별면책 확대…은행 부담 증가·도덕적 해이 논란
||2026.02.01
||2026.02.01
[디지털투데이 이지영 기자] 금융당국이 채무 부담을 대폭 덜어주는 특별면책 제도를 시행하면서 그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등 취약채무자가 일정 기간 성실 상환할 경우 잔여 채무를 탕감해주는 제도의 지원 한도가 기존 1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서민 재기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금융사의 부담 증가와 도덕적 해이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신용회복위원회 청산형 채무조정 제도인 취약채무자 특별면책 대상 금액을 상향 적용한다고 밝혔다. 채무조정을 통해 3년 이상 성실 상환하고 조정된 채무의 절반 이상을 갚은 취약채무자에 대해 남은 채무를 면책해주는 방식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서민금융·채무조정 현장 간담회에서는 "채무 규모가 조금만 넘어도 특별면책을 받을 수 없어 상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채무자들이 방치되고 있다"는 상담원들의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확대 조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한 후속 대책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한계 취약채무자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발굴과 지원을 주문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책 당국은 이번 조치로 기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취약계층이 실질적인 재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은경 신용회복위원장은 "고령과 장애 등으로 경제 활동에 제약이 있는 취약채무자의 과도한 상환 부담을 완화하고 일상 복귀와 자립을 돕는 사회적 안전망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복위는 채무 조정에 더해 취업 연계, 소득 보전, 의료·주거 지원, 심리 상담 등 종합 지원도 병행할 계획이다.
◆신복위, 도덕적 해이 논란에 엄격 검증절차 강조
하지만 금융권의 시선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특별면책 대상 채무 규모가 세 배 이상 확대되면서 금융회사들이 감내해야 할 손실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둔화와 연체율 상승 흐름 속에서 취약차주 관련 리스크가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필요한 정책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면책 범위가 급격히 넓어질 경우 은행권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향후 연체 차주들의 채무조정 신청이 늘어나는 촉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도덕적 해이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일정 기간만 성실 상환하면 상당 규모의 채무가 소멸되는 구조가 알려질 경우 일부 차주가 상환 의지를 느슨하게 갖거나 의도적으로 채무조정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채무 탕감 정책이 반복되면서 '버티면 깎아준다'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신복위는 도덕적 해이 우려에 대해 소득과 재산 현황을 정밀 심사하는 등 엄격한 검증 절차를 적용한단 방침이다. 지원이 꼭 필요한 채무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관리하고 3년 이상 성실 상환 이력과 의지를 확인해 제도의 취지를 철저히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같은 우려가 불거지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금융기관 업무보고 당시 "기초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재기의 기회를 주기 위한 제도"라며 "도덕적 해이와 다른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김은경 위원장은 "취약계층이 정부 사회 보장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제대로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과잉 공급을 받고 있는지 등을 잘 찾아보고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망 강화 긍정론 속 금융 안정 우려도
정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취약계층의 회생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정리함으로써 금융 시스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기 손실보다 중장기 안정 효과가 더 크다는 논리다.
결국 관건은 지원 확대와 금융 안정 사이의 균형이다. 취약채무자 보호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면서도 금융권 리스크가 과도하게 쌓이지 않도록 정교한 관리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특별면책 제도가 사회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금융권 부담과 도덕적 해이 논란을 키우는 불씨가 될지는 향후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금융당국에서도 건전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으로 확대했을 것"이라면서 "모든 제도가 그렇 듯 선의의 수혜자도 있지만 그만큼 도덕적 해이 부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 역시 "대상 차주가 이미 채무조정 절차를 거친 취약계층인 만큼 단기적으로 은행권의 연체율이나 NPL 비율 등 건전성 지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제도의 실효성이나 도덕적 해이 가능성 등은 실제 운영 결과를 지켜보며 중장기적으로 평가할 사안이다. 은행들은 충당금 적립과 사전적 리스크 관리 체계를 통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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