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종신집권’ 가도에 고속철 깔았다
||2026.02.01
||2026.02.01
시진핑 군부 내 ‘맞수’ 장유샤, 부패조사 대상에 올라 실각
핵기밀 유출·정치적 파벌 형성·부패 등 숙청 배경 미스터리
黨·政권력 틀어쥔 시진핑, 張 낙마로 군부 장악력까지 확보
후계자 없어 내년 당대회 4연임 물론 ‘종신집권’ 발판 마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종신집권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 몇 년간 최고위직에 자신의 심복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을 전면 배치하며 중국 당·정(黨·政)을 틀어쥔 데 이어 이번에 ‘강력한 맞수’로 알려진 인민해방군 2인자를 부패조사 대상에 올리면서 군부 장악력을 한층 공고화했기 때문이다.
장유샤(張又俠·75) 중앙군사위원회(中央軍事委) 부주석의 낙마는 “중국 군부 숙청 과정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시 주석이 군 통제력을 전례없이 강화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지난 25일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는 앞서 24일 "장 부주석과 류전리(劉振立·61)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부 참모장이 중대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군서열 2위인 장 부주석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 이후 숙청된 최고위급 현직 군 지도자이자 제복 입은 군 간부 가운데 가장 높은 직위에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지낸 궈보슝(郭伯雄·2014년 낙마)과 쉬차이허우(徐才厚·2015년 낙마)가 숙청된 전례가 있지만 두 사람은 낙마 당시 이미 퇴임한 상태였다.
장유샤와 류전리가 실각하면서 군 최고 지도부인 중앙군사위에서 생존한 인사는 지난해 말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張升民·68)이 유일하다. 중앙군사위는 주석인 시진핑을 중심으로 부주석 2인과 위원 4명 등 7인으로 구성된다. 2023년 ‘로켓군 대숙청’ 국면에서 리상푸(李尙福) 국방부장(장관)이 가장 먼저 낙마했다. 2024년 말에는 먀오화(苗華) 정치공작부 주임이 실각했고, 지난해 10월에는 허웨이둥(何衛東) 부주석의 숙청이 공식화됐다.
장 부주석의 실각은 그가 군부 최고위직이자 시 주석의 최측근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장유샤는 시진핑이 제대로 갖추지 못한 군 경력, 더욱이 인민해방군 현역 장성 가운데 중국·베트남 전쟁에 최전선 격전지 중대장으로 참전한 몇 안 되는 실전 경험자다. 그의 역할은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국가안보보좌관을 아우르는 것으로 전략과 작전, 예산, 인사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그는 태자당(혁명원로 자제그룹) 출신으로 혁명원로 장쭝쉰(張宗遜) 상장(대장급)의 아들이다. 장쭝쉰은 1927년 마오쩌둥(毛澤東)이 징강산(井岡山) 일대에서 유격전을 펼칠 때부터 경호를 맡아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와 산시(陝西)성 고향 친구이자 국공내전 시절 함께 전장을 누빈 혁명전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시 주석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장유샤는 시 주석 집권 이후 군부 내 최측근 인사로 분류돼 왔다.
그 공훈과 시 주석과의 격의없는 관계에 힘입어 오랜 기간 숙청 대상에서 비켜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의 실각은 시 주석의 군 정비 작업이 최고위층까지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쑨윈(孫韻) 미국 스팀슨센터 중국 프로그램 디렉터는 “장유샤는 실질적으로 시 주석에게 도전할 수 있었던 유일한 군사적 권위를 가진 인물”이라며 “(장유샤의 낙마로) 이제 시진핑은 모든 권력과 권한을 자신에게 집중시켰다”고 분석했다.
중국 차기 지도자 그룹의 윤곽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시 주석은 내년 제21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4연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군 최고위급 숙청은 시 주석이 21차 당대회에서 결정될 4연임과 나아가 종신집권까지 염두에 두고 걸림돌을 제거하고 충성파로 군 수뇌부를 채우려는 정지작업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유샤의 낙마 배경에 대해서는 핵무기 핵심 기술 자료를 미국에 넘겼을 가능성을 비롯해 정치적 파벌 형성과 권한 남용, 인사 비리 및 뇌물 가능성 등이 거론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공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중 먼저 흘러나온 것은 미국에 핵무기 핵심 자료를 유출했다는 혐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군 최고위층 대상으로 진행된 내부 브리핑에서 장유샤의 혐의는 통상적인 뇌물수수 차원을 넘어 “장 부주석이 중국 핵무기 프로그램의 기밀 정보를 미국에 유출한 안보 관련 사안”이라고 이 브리핑에 참석했던 소식통들이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증거는 중대 법률위반 혐의로 조사받는 구쥔(顧軍) 중국핵공업(中國核工業)그룹 사장으로부터 나왔다"고 덧붙였다. 중국핵공업그룹은 중국의 민간 및 군사 핵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그러나 그의 핵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닐 토머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장 부주석의 핵 기밀 유출 의혹은 상상하기 어렵다"며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명예 해임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도 한때 러시아에 핵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며 장유샤에게 제기된 의혹 역시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부주석 실각이 워낙 충격적인 일이어서 당국이 구실을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톈안먼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저우펑쒀(周鋒鎖) 휴먼라이츠인차이나 대표는 “외세와의 결탁은 중국에서 내부 권력투쟁에 패배한 사람들에게 자주 적용되는 혐의”라고 설명했다. 장유샤는 2024년 8월 중국을 방문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독대했다. 당시 그는 “설리번 보좌관에게 대만문제에 손을 떼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중국군 실권자’로서 큰 주목을 받았다.
장유샤는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파괴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사설을 통해 “장유샤와 류전리는 당과 군대의 고급 간부로서 당 중앙과 중앙군사위의 신임을 심각하게 저버리고,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심각하게 유린·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단순 비리가 아니라 시 주석의 군권과 통치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한 정치적 범죄라는 얘기다.
시 주석은 집권 1기인 2014년 ‘중앙군사위 주석 책임제’를 재확립했다. 이를 통해 군 지휘권과 국방문제 결정권이 중앙군사위 주석인 자신에게 한층 집중되도록 하는 핵심 원칙으로 거듭 강조해왔다. 라일 모리스 ASPI 중국군 전문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 당국의 주석 책임제 언급은 장유샤가 시 주석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권력을 지나치게 많이 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장유샤가 시 주석의 지휘계통과 보조를 맞추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 부주석과 최근 시 주석과 불화설이 계속됐다는 점에서 이번 숙청을 내년 4연임 결정 등 종신 집권을 향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장유샤는 2012년 시 주석 집권 이후 승승장구하며 시 주석의 군권 장악과 군 현대화 작업에 앞장섰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서 그들 사이의 돈독한 관계에도 시나브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시 주석과 장유샤의 갈등은 2022년 가을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70세를 넘긴 장유샤는 중국 지도부의 ‘칠상팔하’(七上八下·(67세 현직, 68세 퇴임) 관례를 깨고 2023년 중앙군사위 부주석직을 연임됐다. 하지만 72세 동갑이던 쉬치량(許其亮) 부주석과 함께 은퇴할 것으로 예상됐던 그는 연임을 둘러싸고 시 주석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마찰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인 2023년 여름 그의 파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장유샤의 측근 리상푸 국방부장이 낙마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허웨이둥 부주석과 먀오화 주임 등 시 주석의 푸젠(福建)성 인맥인 '푸젠방' 인사들이 줄줄이 숙청되고 그 배후에 장 부주석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2024년 여름 시 주석 건강이 잠시 나빠진 틈을 타 장유샤가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로부터 두세 달 뒤인 지난해 여름엔 서방에 있는 반중(反中)매체를 중심으로 시 주석 ‘실각설’마저 나도는 상황에 이른다.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마이클 플린 전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소셜미디어(SNS)에 ‘시진핑 실각설’을 제기했을 때도 장유샤가 중심 인물로 등장했다.
시진핑 실각설은 지난해 9월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전승절)에서 시 주석이 내부 장악력을 과시하고 그해 10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 때도 후계자 신호를 내지 않은 까닭에 4연임에 무게를 실으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였다. 하지만 장 부주석은 여전히 군부 내 실세이자 시 주석에 반기를 가능성이 있다고 치부됐다. 그러나 낙마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장유샤를 제거함으로써 군부를 완전히 틀어쥐고 장기 집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불만 세력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분석 책임자를 지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교수는 “시진핑은 아마도 장유샤가 군 내부 권력을 모두 쥐고 있다는 점을 껄끄러워했을 수 있다”며 “시 주석이 4연임을 원한다면 당내 반대세력을 장유샤가 주도할 수 있다고 우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를 숙청함으로써 당·정·군의 권력을 모두 장악한 시 주석의 종신집권 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당을 사실상 1인 지도체제로 만든 시 주석이 ‘총구 권력’까지 완벽하게 장악하면서 장기집권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양타이위안(楊太源) 안전대만학회 이사장은 "시진핑이 인민해방군 상장을 숙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소장급 장성들까지 정리하고 있다"며 "이는 권력안정을 위한 것이자 향후 5∼10년간의 장기집권을 대비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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